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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3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난 이유를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등 긴급한 그룹 내 현안을 수습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일부에선 동계올림픽 대신 '한진해운 사태'를 직접 챙기라는 정부 측 요구가 조 회장에게 전달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한진그룹은 조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해 직접 챙겨야 할 만큼 경영 사정이 급박하다. 당장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4일부터 한진해운에 대한 '조건부 자율협약'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조건부 자율협약의 핵심은 해외 선주와 벌일 용선료(배를 빌리는 비용) 인하 협상이다. 만약 협상에 실패하면 채권단은 한진해운을 자율협약이 아닌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에 넣겠다는 계획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결국 최악을 피하려면 용선료 협상과 사옥 매각 등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이 직접 현안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불똥이 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으로 튀는 것도 막아야 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4070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3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부채비율이 868%에 달할 만큼 자금 사정도 좋지 않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회장이 강력한 오너십을 발휘해 그룹 전반의 위기를 관리할 필요성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조 회장으로선 한진해운에 대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부담이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 경영 정상화를 위해 대한항공 등을 동원해 2013년부터 1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조 회장은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동계올림픽 준비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사퇴가 조 회장 자신의 뜻은 아닐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조직위 관계자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지난 2일 조 회장을 직접 만나 조직위에서 손을 떼고 경영에 전념하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후임이 즉각 발표될 정도로 정부 쪽에서 조 회장의 사퇴 이후를 준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고자 : 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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