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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이 사표 내러 상경했다는 소문이 돌자 노조는 부랴부랴 "사장이 물러나는 상황을 바란 것은 아니다"라고 한 걸음 물러서는 듯했지만, 다음 날인 4일 예정대로 노조 총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확대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 85.1%의 반대로 성과연봉제 확대 방안이 부결됐다. 김 사장은 투표 결과를 확인한 뒤 사의를 표했지만, 금융위의 설득으로 사표를 내지는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노조가 김 사장 앞에서는 성과연봉제에 동의한다고 해놓고, 뒤로는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해 김 사장을 압박하자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 초부터 공기업 등 12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적용 대상을 기존 간부급(1~2급)에서 최하위직을 제외한 전체 직급(1~4급)으로 확대하려고 하면서 공공기관 곳곳에서 노사간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성과가 높은 직원과 낮은 직원의 기본연봉 인상률 차이를 2%에서 3%로 확대하는 등 성과에 따른 보수 차등 폭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제대로 된 성과급, 연봉제를 신입 직원부터 적용해서 공공기관이 '신의 직장'이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노조가 경영진을 고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는 등 곳곳에서 충돌이 꼬리를 물고 있다.
◇노조와 경영진, 벼랑 끝에서 대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노조는 지난 3일 성과연봉제 확대 방안을 이사회에서 통과시킨 사장 등 경영진을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며 창원지법 진주지원에 고소했다. LH 관계자는 "이사회는 '노조와 충분히 사전 협의를 해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조건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는 조건부 확대 방안을 의결했는데, 노조 측은 무조건 도입 반대를 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여기에다 LH에서는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해 제4의 노조까지 등장했다. 당초 LH에는 옛 주택공사 노조와 토지공사 노조, 그리고 2012년 이후 입사자들을 주축으로 한 세 개의 노조가 존재한다. 그런데 각각의 노조가 LH 전체 근로자 6100명의 과반이 되지 못해 교섭 단체 지위를 획득하지 못하자 기존 3개 노조가 합쳐 제4의 노조를 만들고 노동청에 등록 신청까지 한 상태다. 이 세 개 노조를 합하면 노조원이 5000명가량 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도 4일 노조에서 찬반 투표를 했는데 80% 이상이 반대표를 던졌다.
반면 한국감정원 서종대 원장은 "나와 노조위원장 중에 1명은 물러나야 한다"는 '벼랑 끝' 전술로 노조를 압박해 성과연봉제 확대 방안을 관철시켰다. 회사 측에서는 3월 말 기재부 협의를 거쳐 세부 시행방안을 확정한 후 노사 협의에 나섰는데, 노조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 모든 교섭권을 위임했으니 일체의 노사 협의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서 원장은 사퇴 카드를 꺼내 노조를 몰아세웠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6일 노조가 임시 조합원총회를 소집해 투표를 실시한 결과 조합원 72.7%가 성과연봉제 확대에 찬성했다. 서 원장의 뚝심이 효과를 발휘했다. 백승규 노조위원장은 지난 2일 자로 노조위원장에서 물러났다.
◇성과연봉제 확대 대상 120곳 중 53곳만 타결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성과연봉제 확대 대상인 전체 공공기관 120개 중 성과연봉제 이행을 위해 노사합의 또는 이사회 의결을 완료한 곳은 53개에 불과하다.
노조는 지난 4월 총선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 저지에 나선 상태라 앞으로가 더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공기업 노조들이 야당과 접촉을 하고 있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가능하면 이달 중 대다수의 공공기관에서 협상을 마쳐야 한다고 판단한다. 성과연봉제 확대를 조기에 이행할 경우 인센티브(상여금 상향 조정)를 주기로 했는데, 공기업의 경우 5월까지 조기 이행할 경우만 지급되기 때문이다.
[그래픽] 성과연봉제 주요 개선 방안 / 성과연봉제 추진 현황 기고자 : 윤주헌 이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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