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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의 파리 오르세 미술관. 프랑수아 밀레의 '안젤루스', 흔히 '만종'이라 알려진 그림 앞에서였다.

1857년부터 3년 동안 틈틈이 그려 완성한 이 그림은, 이제 이발관 그림으로 종종 비하될 만큼 전 세계에 유명하다. 처음 위치를 확인하고 오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에 대한 감탄보다, 생각보다 정말 작은 사이즈(56×66㎝)에 놀라는 그림이기도 하다.

그림 감상하던 사람들이 문득 이런 대화를 나눴다.

"야, 너 그거 알아? 그림 속 저 부부 사이에 놓여 있는 감자 바구니 있잖아. 사실은 그게 감자가 아니라 죽은 아기를 묻으려는 작은 관이었대. 그걸 감자 그림으로 덮은 거래." "정말?"

알고 보니, 국내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밀레의 만종에 얽힌 비밀'이라는 기사 덕분에 생긴 일이었다.

원래 이 소문의 근원지는 초현실주의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에게 있다. 한때 달리는 밀레의 만종이 정말 마음에 들어 소장한 적이 있다. 뭔가 불길하다고 자주 이야기하면서도, 그 에너지에 매혹되어 직접 수없이 많은 패러디 그림도 그렸다.

이후 루브르 박물관에서 만종 원작을 인수한 후 X-레이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감자 바구니 아래 뭔가 형체를 확인하기 힘든 물체가 있었다가 수정된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유화에서 덧칠은 흔하고, 루브르 역시 이 물체가 뭐였는지 더 이상 확인하지 않았다. 대학원 지도교수에게 이 내용을 질문한 적이 있다.

"무슈 안, 그게 중요한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밀레가 그린 저녁과 농촌의 분위기, 그리고 그가 애정을 가지고 관찰하는 두 사람의 기도. 이게 그 시대의 정조라는 사실이 더 의미 있지 않겠나?"

양념 같은 에피소드가 흥미를 끄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가십 같은 미스터리만 이야기한 뒤 다른 그림으로 자리를 옮기는 그분들에게서 아쉬움을 느꼈다. 밀레의 만종은 왜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받았을까. 땀과 흙 속으로 한 발자국 더 들어간 인간, 그리고 그들의 삶에 대한 존중과 매혹 때문이 아니었을까.

안현배 미술사연구가 기고자 : 안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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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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