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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4일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나설 국책은행들의 자본을 확충하는 방법으로 출자(出資)보다는 확실한 담보를 잡고 대출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제시했다.

출자는 현금을 직접 지원하고 대신 지분을 받는 것이어서 은행이 부실화되면 손실 위험성이 크지만, 담보를 잡고 대출을 하면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대출 방식으로 자본을 채워주려면 직접 현금을 출자하는 것과는 달리 대출금으로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은행의 자본을 채워주는 단계를 하나 더 거쳐야 한다. 자본확충펀드에서 출자를 하거나 은행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자본증권(코코본드) 등을 사들인다는 것이다.

이 총재가 자본 확충을 위해 담보 대출 방식을 제시한 것은 '손실 최소화'라는 중앙은행의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이 손해를 보면서 국가 자원을 배분할 권한은 없다"며 "한국은행법상 확실한 담보가 있어야 발권력을 동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법에는 한국은행이 은행 등 금융회사에 대출할 때는 담보를 잡으라고 규정해 놓고 있다. 다만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은행이 수출입은행에 9000억원을 출자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수출입은행에 대한 출자를 완전히 배제할 명분은 없다.

이 총재가 담보 대출을 통한 자본 확충 사례로 제시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만들었던 '은행 자본확충펀드'다. 금융위기로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일부 시중은행의 BIS비율(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금융감독원의 권고치인 9% 이하로 떨어지자 은행들의 자본을 확충해 주기 위해 만든 방안이다. 당시 한국은행은 은행 채권 등을 담보로 10조원을 대출해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했다. 한국은행이 대출한 돈으로 자본확충펀드에서 후순위채 등을 사들여 구멍 난 시중은행의 자본을 메워줬다. 후순위채는 은행이 파산했을 때 가장 나중에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채권으로 자본금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

이 총재가 제시한 담보 대출 방식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채권을 한국은행이 직접 사들이거나 현금을 자본으로 출자하는 방식으로 지원해 주기를 바라는 정부의 입장과 다소 어긋난다. 그러나 이 총재는 "출자 방식을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데 있어 필요한 중앙은행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4일 국책은행 자본 확충을 위한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오는 6월까지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자본 확충 방안을 확정시키기로 했다. 조선·해운사의 부실을 해결하는 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최대 10조원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자본 확충 방안은 자본 확충 협의체에서 한국은행이 제시한 방안을 포함해서 법 테두리 안에서 논의해서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방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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