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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셔츠와 넥타이 차림으로 차로를 점거해 행진하는 300명의 건장한 백인 남성들을 향해 머리를 빡빡 깎은 가냘픈 몸집의 흑인 여성이 주먹을 높이 들고 행렬의 선두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지난 1일 스웨덴 중부의 도시 볼렝에에서 열린 네오나치주의자 집회와 이들을 비판하는 시민들의 '맞불집회'에서 벌어진 장면이다. 당시 상황을 포착한 사진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사진 속 흑인 여성 테스 아스플룬드가 '투사'로 떠올랐다. 당시 집회에 참석한 아스플룬드는 기차를 타고 스톡홀름으로 돌아갔고, 다음 날 낮이 되어서야 자신의 사진이 SNS를 통해 세계에 퍼진 사실을 알았다. 그는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이곳은 저런 행진이 벌어져야 할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화가 나서 거리로 나갔다"고 말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롤링은 아스플룬드의 사진을 트위터에 공유하면서 "그녀가 한 일을 보라. 당신은 정말로 훌륭하다"고 찬사를 보냈다. 스웨덴은 오랫동안 외국 난민과 망명자들을 관대하게 받아들여 온 나라로 꼽혔다. 그러나 최근 중동·아프리카 난민들의 유입이 크게 늘면서 반이민 정책을 내건 스웨덴 민주당의 지지도가 20%까지 오를 정도로 이민자들에 대한 정서가 나빠졌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기고자 : 정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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