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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흘린 땀방울로 물 부족을 겪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도울 수 있다고 하니까 이를 악물고 버텼어요."

지난달 29일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과 완도군을 왕복하는 80㎞ 도보(徒步) 국토 순례를 마친 중학생 최채원(14)양은 땀범벅이 된 얼굴을 닦으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심장 부정맥 때문에 '내가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컸지만, 매일 마실 물이 부족해 고통받는 르완다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3박4일 일정으로 진행된 이 행사는 경기 성남시의 기독교 계열 대안학교인 '독수리기독학교'가 매년 실시하는 '고난(苦難) 학습'의 일환으로, 이 학교 중학생 105명이 참가했다. 고난 학습은 학생들이 육체적으로 힘든 일에 도전하고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용기와 책임감,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을 배우도록 하려는 이 학교의 독특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이다. 매년 지리산 종주(縱走)나 도보 국토 순례 가운데 하나를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한다. 학생들은 매 1㎞를 걸을 때마다 부모·친척·친구들로부터 5000~3만원씩 후원금을 기부받는 식으로 돈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

이 학교 학생들은 지난달 학생총회를 열고, 올해 고난 학습 때 모은 후원금을 물 부족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의 르완다 어린이를 돕는 데 쓰기로 결정했다. 르완다를 비롯한 사하라사막 남부 지역에서는 비위생적인 식수와 환경 때문에 5세 미만 어린이들이 하루 평균 500명씩 희생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생들은 "물 부족 국가 아이들을 돕는다"는 취지에 맞춰 이번 순례 기간에 마시고 씻는 데 쓸 물을 최대한 아꼈다. 식사도 대부분 주먹밥이나 군대식 전투식량으로 해결했다. 고된 행군이었지만 학생 전원이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덕분에 처음 계획했던 목표액인 3000만원보다 두 배 가까운 5534만 6600원의 후원금을 모을 수 있었다. 학생 한 명당 평균 53만원가량을 모은 것이다.

학생들은 이번에 모은 후원금을 지난 4일 국제 어린이 양육 지원단체인 한국컴패션에 기부했다. 한국컴패션은 학생들이 부탁한 대로 르완다에 있는 컴패션어린이센터에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공급하는 시설을 설치하는 데 기부금을 쓰기로 약속했다. 독수리기독학교는 지난 2009년부터 고난 학습 때 모은 돈을 한국컴패션에 기부해 제3세계 주민들을 후원하고 있다. 지난 8년간 가나, 토고 등에 총 1억 6734만원을 전달했다.

기고자 : 문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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