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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실형 선고를 받은 정운호(51·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관계에 로비했다는 의혹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당초 정 대표와 최모(46) 변호사가 '수임료 50억원'을 놓고 분쟁을 벌이면서 '판검사 상대 법조 비리 의혹'이 불거지더니 '정관계 로비'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이 같은 의혹의 핵심 인물인 브로커 1명을 구속하고, 잠적한 브로커 2명을 검거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브로커들에 대한 수사가 사건 실체를 규명할 열쇠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정치권·법조계 로비 핵심 이모씨

검찰이 수사에서 가장 비중을 두고 있는 사람은 작년 12월 말 정 대표 도박사건 2심 재판장에게 '선처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된 이모(56)씨다. 그는 정 대표가 2013~2014년 경찰과 검찰에서 두 차례 300억원대 도박 혐의를 수사받다 무혐의 처분을 받는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산 검사장 출신 H 변호사를 정 대표에게 소개한 인물이다. 그는 H변호사의 고교 1년 후배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1월 말 정 대표로부터 서울메트로 상가 입점 로비자금 명목으로 9억원을 받은 사실이 검찰에 포착되자 잠적했다.

이씨는 단순히 '법조 브로커'가 아니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건설업 등을 운영하기도 했던 그는 평소 정치인이나 공직자, 검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말이다. 지난해엔 이명박 정부 시절 유력 정치인과 현 정부에서 청와대 고위간부를 지낸 정치인, 정부 부처 전직 차관 등과 접촉하며 이들 가운데 일부와 한강에서 선상(船上) 파티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7년 코스닥 업체 회사자금 3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 그를 수사한 검사들은 "이씨가 금융권 인사들과 친분을 과시해 금융브로커로 알고 있었다"고 했다.

◇군납 로비 혐의로 구속된 한모씨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5일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을 군(軍)에 납품할 수 있도록 로비하는 명목으로 정 대표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아간 혐의로 브로커 한모(58)씨를 구속했다. 한씨는 초·중학교 동창인 이모 전 국방부 차관에게 로비한다며 정 대표로부터 돈을 받아간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한씨는 검찰에서 '돈을 받은 적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전 차관은 '한씨 돈을 받았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소리'라는 입장이다. 때문에 검찰은 한씨가 이 전 차관을 팔아 중간에 배달 사고를 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씨는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을 롯데면세점에 입점하도록 로비하는 대가로 정 대표로부터 10억원 넘는 돈을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씨는 정 대표와 면세점 운영에 관한 컨설팅 계약을 하고 수익의 3~4%를 수수료로 받기로 계약했으나 도중에 사이가 틀어지면서 정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최 변호사의 측근 이모씨는 법조비리 핵심

검찰은 법조비리 수사에서 또 다른 브로커 이모(44)씨를 주목하고 있다. 이씨 역시 종적을 감췄다. 그는 최 변호사가 금융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던 유사수신업체 이숨투자자문의 실소유주 송모씨의 사건을 수임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 준 사람이다. 그는 최 변호사가 정 대표를 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할 때 최 변호사를 대신해 경찰에 고소장을 내기도 했다.

최 변호사는 정 대표에게 수임료로 50억원을 요구한 것 외에도 이숨투자자문 사건을 맡으며 수임료로 27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은 이씨가 그 돈 가운데 상당부분을 챙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과거 사건 브로커 노릇을 하다 수사받게 되자 다른 사람 여권으로 중국에 밀항한 적도 있었다.

[그래픽] 정운호 사건에 연루된 브로커들 기고자 : 전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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