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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여름 석 달 동안(7~9월) 가정용 전기요금을 소폭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전력예비율이 50%를 넘길 정도로 전기가 남아돌자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 한철 값을 낮춰 소비를 늘려보자는 것이다.

전기료를 내리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별로 없다. 문제는 전력 정책이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사실이다. 5년 전 전력 부족으로 서울 162만 가구의 전기가 5시간 넘게 끊기는 초유의 '순환 정전(停電)' 사태가 터지자 정부는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고 문을 연 채 영업하는 상가를 단속한다며 법석을 떨었다. 한전과 민간 회사들에는 발전소를 더 지으라고 채근했다. 이 바람에 민간 기업이 투자한 LNG 발전소 발전용량은 5년 사이 50%나 급증했다. 짧은 기간에 설비를 갑자기 늘리다 보니 민간 발전소들의 가동률은 50% 수준까지 떨어졌다. 정부가 유도한 공급 확대 조치가 공급 과잉을 부른 것이다.

성장률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전력 소비가 늘어나기는 힘들다. 가정용 전기료를 여름철 몇 달 잠깐 내려서는 과잉 상태를 해결하기 어렵다.

산업 구조 변화와 성장률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기는 산업용 전기에 대한 특혜를 줄이거나 저소득층을 위한 전기요금 개편 같은 과제에 대해선 논의조차 않고 있다. 전력이 남아돈다고 펑펑 쓰라고 소비를 부추기다가 몇 년 뒤엔 다시 전기가 부족하다고 절전(節電) 캠페인을 벌이게 될 수도 있다. 눈앞의 상황을 모면하려는 단기 처방은 더는 안 된다. 본문자수 : 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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