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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고등학교 다니는 딸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좋아하는 선생님이 갑자기 학교를 그만두셨다"고 말했다. 재미있게 가르쳐서 인기가 높은 선생님이었다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간제 교사여서 계약 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라고 애들이 수군댄다고 했다.

기간제는 휴직·연수 등으로 정규 교사의 결원이 생겼거나 특정 교과를 한시적으로 담당할 필요가 있을 때 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 중에서 일시적으로 채용하는 교사다. 비정규직 교사인 셈이다.

교육부 통계를 보면, 초·중·고교의 기간제 교사는 2010년 2만7000여 명에서 지난해 4월 기준 4만2000명으로 급증했다. 전체 교원의 약 10% 수준이다. 특히 사립 초중고교에서는 2012년 1만여 명에서 지난해 1만3000명 정도로 30% 가까이 늘었다. 그래서 기간제 비율이 20~30%인 사립학교가 많았다. 심지어 교사 세 명 중 한 명 이상(35%)이 기간제 교사인 학교도 있었다.

기간제 교사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육아휴직을 하는 교사가 늘어난 것이라고 교육 당국은 설명한다. 그러나 꼭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휴직 교사가 1~2명에 불과한데 기간제 교사 수는 20명이 넘는 학교가 한둘이 아니다.

학교 쪽에서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정교사를 한번 채용하면 평생 고용을 보장해야 하는데, 학생 수가 줄어 교사 수도 줄일 수밖에 없는 추세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고용 시장의 경직성, 저출산 여파가 이곳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기간제 교사들은 여기에다 사립들이 재정적 이유와 교원 통제 수단의 하나로 기간제를 늘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간제 교사는 정교사와 똑같이 수업하고 요즘에는 담임과 생활 지도까지 맡는 등 정교사와 하는 일은 거의 같지만, 불안한 신분 때문에 설움이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경기 이천의 한 고교에서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30대 기간제 교사를 빗자루로 폭행하고 막말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도 피해 교사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는데, 문제가 커질 경우 신분상 불이익을 당할까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간제 교사들의 법률적 지위도 아직 결론나지 않았다. 2년 전 세월호 참사 때 목숨을 잃은 단원고 교사 중 2명은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기간제 교사가 당하는 설움은 또 있다. 정교사들이 기피하는 힘든 업무를 떠안는 경우가 많고, 정규 수업은 기간제 교사에게 맡기고 수당이 많이 나오는 방과 후 수업에 치중하는 얌체 정교사도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취업난 때문에 서울에 있는 학교가 기간제 교사를 모집하면 경쟁률 수십 대 1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학교라는 소집단의 기간제 문제 하나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고용 경직성과 정규직 채용 기피, 저출산 고령화 여파, 심각한 청년 취업난 같은 우리 사회의 난제가 얽히고설켜 있었다. 모두 한두 가지 해법으로는 풀 수 없는 복잡다단한 문제이다. 더구나 앞으로도 기간제 교사가 어느 정도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그렇더라도 정교사를 써야 하는 자리까지 기간제 교사를 채용한 것은 위법이다. 이 점을 철저히 감독하면서 기간제 교사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제도적으로 막는 것이 교육 당국의 역할이다. 기고자 : 김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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