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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대 가고 싶었지만 취업을 바라보고 보건학과 왔다. 적성에 안 맞는 공부 해본 사람은 안다. 매일 자퇴 생각만 난다. 이공계 늘리기 전에 부실(不實) 대학을 없애라, 제발."

교육부의 '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 사업 지원 대학 발표 기사에 달린 한 댓글이다. 프라임 사업은 정부가 예측한 산업 수요에 맞게 대학이 인문·사회 또는 예체능 계열 입학 정원을 줄여 이공계로 옮기면 3년간 최대 150억원을 주는 게 핵심이다. 지난 3일 전국의 21개 대학이 선정됐고, 사업에 탈락했지만 계획대로 학과 구조 조정을 진행할 학교들까지 더하면 내년부터 공대 정원은 최대 1만명까지 는다.

하지만 기사에 달린 댓글 1000여개 중 십중팔구는 "공부 못해도 돈만 내면 졸업장 주는 학위 공장(부실 대학)부터 없애라"는 거였다. 전공별 정원 조정보다 수준 이하의 부실 대학을 정리하고 입학 정원을 감축하는 것이 더 시급한데, 정부의 구조조정이 선후(先後)가 바뀌었다는 얘기다.

학령인구 감소로 2023년이면 대학 정원은 56만명인데 고교 졸업생은 40만명에 불과하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3년 "향후 10년간 대학 정원 16만명을 순차적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지난 3년간 이 같은 계획에 따라 문을 닫은 부실 대학은 한 곳도 없다. 오히려 경쟁력 있는 대학들이 정원을 줄이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교육부가 대학에 재정 지원을 하면서 입학 정원을 많이 줄이는 대학에 가산점을 줬기 때문이다. 중상위권 대학들은 정부 지원금을 받으려고 입학 정원을 줄였지만, 입학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부실 대학은 사업 신청조차 하지 않아 정원을 유지한다. 서울의 한 대학교수는 "경쟁력 있는 대학들 정원을 줄여 부실 대학을 연명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실 대학 정원 감축을 강제하고 대학 스스로 문을 닫을 수 있게 길을 열어주는 '대학구조개혁법'은 국회에서 2년째 잠자고 있다. 부실 대학이 자발적으로 퇴출을 선택할 때 출연금 일부를 설립자에게 돌려주는 조항을 야당이 반대했기 때문인데, 여소야대(與小野大)로 국면이 바뀐 20대 국회에서도 이 법의 통과는 요원해 보인다.

정부는 "지금처럼 가다간 10년 뒤 공학 계열 인력이 21만5000명 부족해진다"며 프라임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사업의 전제 자체가 틀렸다는 비판도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김도연 포항공대 총장은 "현재도 연간 15만명이 공대를 졸업하는데 이를 더 늘리면 공대 졸업자들이 용접과 판금까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대를 더 늘리면 문과생들이 옮겨가 일자리를 얻는 게 아니라, 공고나 전문대 졸업자들의 일자리를 잠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최근 "교육부를 아예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는 발언을 철회했는데, 정작 현장에는 "그거 좋은 생각"이라는 사람이 많았다. 왜 그런 반응이 나오는지 교육 당국은 고민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