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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근대 잡지는 지식과 정보뿐 아니라 이념과 가치를 전파하는 매체였다. 특히 표지는 잡지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가장 먼저 독자에게 제시하는 선전의 무대였다."

'시대의 얼굴: 잡지 표지로 보는 근대'(서유리 지음·소명출판)는 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잡지들의 표지를 통해 각 시대의 성격을 읽어낸다. 1894년 갑오개혁 이후 등장한 잡지들은 처음부터 계몽적 의도와 이념적 목적을 드러냈고, 내용과 함께 이미지의 생산과 유통에서도 강력한 힘을 행사했다. 각 시기마다 잡지 편집자들은 그들이 생각한 근대적 주체 만들기를 목표로 했고, 표지 이미지의 선택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다.

1890년대 후반 발간된 학보들의 표지는 근대국가 한국을 상징하는 한반도 지도와 태극기·오얏꽃으로 장식됐다. 국내에서 발행된 잡지는 물론 해외에서 나온 잡지도 애국심을 고취하는 이미지를 즐겨 사용했다. 이어 1900년대 후반 대중계몽용 잡지가 등장하면서 근대국가 건설의 주역으로 떠오른 청년이 강조됐다. 1914년 창간된 '청춘'은 건장한 청년이 조선의 대표 동물인 포효하는 호랑이를 거느리고 있는 모습을 표지에 담았다.

1920년대 들어 잡지 표지를 새롭게 장식한 것은 여성과 아동이었다. 이는 근대적 주체가 청년의 파트너인 신여성과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로 확대된 것을 반영했다. 또 여성지와 아동지는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한 잡지들보다 이미지를 더욱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다.

잡지 표지는 1930년대 또 한 차례 변화를 겪는다. 새롭게 사회운동 주역으로 떠오른 사회주의자들이 펴낸 잡지들은 노동자 대중을, 자본력이 뒷받침하는 본격적인 시사종합잡지들은 민족의 건설자인 부르주아지를 각각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1940년대 들어 태평양전쟁이 본격화되자 잡지들은 일제 통제 아래 전시(戰時) 국민의 모습을 표지에 실으면서 전쟁에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근대미술사 연구자인 저자는 "이들 잡지의 표지는 한국의 근대가 만들어낸 이미지와 신화의 전시장이었다"고 말한다. 기고자 : 이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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