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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인 성진지오텍을 인수해 회사에 16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준양(68·사진)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첫 공판에서 "기업 인수의 책임은 실무진에 있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김도형)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정 전 회장의 변호인은 "정 전 회장은 당시 포스코와 계열사를 총괄하는 직무를 맡았고, 인수·합병 실무는 담당 임원에게 위임했다"고 말했다. 기업 인수 타당성을 검토하고 집행하는 것은 정 전 회장의 임무가 아니기 때문에 배임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다.

변호인은 또 "전정도 전 성진지오텍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거나 편익을 누린 것이 없다"며 "포스코에 손실을 끼치면서까지 전씨에게 이익을 줄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 전 회장은 공판 내내 아무 말 없이 담담한 표정으로 검찰 측을 바라봤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정 전 회장은 회사 내부 투자 관리 규정을 위반하고, 회계 자문사의 실사 결과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성진지오텍 인수를 지시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인수 당시 성진지오텍 부채가 5545억원에 달했는데도 정 전 회장은 인수 타당성 검토를 충분히 하지 않았고, 중요 사항을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거나 허위로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정 전 회장은 2010년 3월 부실기업인 성진지오텍을 인수하면서 주식을 고가에 매입해 회사에 16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또 2009년 이상득(80·불구속 기소) 전 의원에게 공장 건설 문제로 청탁을 하면서 이 전 의원 측근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11억8000만원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기고자 : 신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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