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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野圈)이 "공화국(북한)은 책임 있는 핵(核)보유국"이라고 선언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9일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야권의 이런 대북(對北) 기조는 기본적으로 김정은 체제의 '핵 폭주(暴走)'가 보편적 상식으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한참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김정은 정권에 대해 단호한 경고를 하지 않으면 4·13 총선을 통해 지지를 보내줬던 중도층이 일거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권 핵심 지지층에서는 이런 변화에 반발하는 기류도 있다.

◇'안보' 이미지… 중도층 겨냥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9일 취임 후 첫 원내 공식 회의에서 "앞으로 더민주는 북한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며 "핵무장을 하면서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북한의 이중적 태도는 용납될 수 없으며 한반도 평화를 침해하는 정책에 대해선 과감히 비판하겠다"고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이날 당 회의에서 "핵무기는 한반도 안정과 북한의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 남북 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북한은 더 이상의 군사적 도발을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비핵화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야권은 물론 여권 성향 지지층의 관심도 받고 있는 국민의당은 김정은의 '핵보유국 선언'을 계기로 '안보 정당' 이미지를 더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안 대표를 비롯한 총선 당선자 38명 전원은 12일 경기도 연천의 최전방 군부대 28사단을 방문해 장병들과 워크숍을 갖기로 했다. 이 지역은 지난해 8월 북한 측이 우리 군의 확성기 방송에 대해 포격 도발을 한 곳이다.

이상돈 최고위원은 본지 통화에서 "최근 김정은 정권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강력하게 대북 규탄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안보 문제에서만큼은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겠다"고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지난 8일 SNS를 통해 적극적인 북한 비판에 나선 것도 이런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는 "북한은 핵을 포기할 때 국제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헛된 일을 포기하길 촉구한다"고 했다. 더민주 우 원내대표가 이날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도 국민의당과 중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최근의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국민 정서와 부합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매섭게 대처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야권 핵심 지지층 반발 가능성 여전해

야권의 고민은 이런 변화에 따른 핵심 지지층의 이탈 가능성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노무현 정부 때의 대북 유화책을 지지해온 일부 지지층들은 야당까지 나서 북한 정권과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에 대해 반감(反感)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월 더민주 김종인 대표가 전방 부대를 찾아 "우리 국방을 튼튼히 유지하고 우리 경제가 발전한다면 언젠가는 북한 체제가 궤멸하고 통일의 날이 올 거라고 확신한다"고 하자 국민의당은 물론 더민주 내부에서도 강한 비난을 쏟아냈었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 핵실험에 대응해 개성공단을 폐쇄하자 "전쟁이라도 하자는 것이냐"(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는 식으로 대여(對與) 공세를 펴는 세력도 있었다.

지금도 야권은 김정은의 '핵보유국 선언'을 규탄하면서도 '대화가 우선'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제재와 압박만으로 핵무기를 폐기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교적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안 대표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는 강력한 응징이 필요하지만 제재와 함께 대화와 협상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인하대 홍득표 명예교수는 "두 야당의 대북 강경 발언이 골수 야권 지지층의 공감대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서 지도부로서는 고민이 클 것"이라고 했다.

기고자 : 최승현 엄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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