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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4월 11일 G7(주요 7개국) 외교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했을 때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위령비를 찾아 헌화했다. 이때부터 미·일 양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한달만인 10일 미·일 양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내년 2월 퇴임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미국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지금이 임기 중 히로시마를 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달 히로시마 방문 당시 "모든 사람이 여기 와봐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중 하나가 되길 빈다"고 운을 뗐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 등 미국 내 주요 언론이 호의적으로 반응했고, 백악관도 부담을 덜고 히로시마 방문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가 히로시마 방문 제안을 받은 것은 2009년 11월 일본을 방문해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당시 일본 총리와 회담했을 때였다. 하토야마 총리는 "일본 국민이 원하니, 기회가 되면 히로시마에 가보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방문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난관이 적잖았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한 전례가 없는데다, 자칫 히로시마 원폭 투하에 대해 사과하는 모양새로 비쳐질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2차대전 후 65년간 히로시마 원폭 관련 행사에 미국 정부 대표를 파견하지 않다가, 2010년 8월부터 현직 주일 미국 대사를 히로시마 위령식에 보내고 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이날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2차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한 결정에 대해 다시 논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사과의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조쉬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 2일 정례브리핑에서 "(히로시마를 가더라도) 사과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을 끈질기게 추진해온 아베 신조 총리로서는 "2차대전 패전 후 처음으로 승전국인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이끌어낸 총리"라는 업적을 쌓을 수 있게 됐다.

이때문에 이번 히로시마 방문이 미·일 동맹에 올인해 온 아베 총리에 대한 미국의 선물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AP 통신은 "일본의 원폭 피해자들은 미국 정부가 핵무기의 참상에 대해 공식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같은 논의가 사과로 비칠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고자 : 김수혜 한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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