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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10일 정운호(51·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경찰과 검찰에서 세 차례 상습 도박 혐의를 수사받을 때 변호인이었던 검사장 출신 H(57) 변호사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H 변호사의 탈세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의 2심 사건을 맡았던 최유정(46·9일 체포) 변호사도 이틀째 조사했다. 검사장과 부장판사 출신 전관(前官) 변호사가 동시에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검찰은 H 변호사가 2013~2014년 경찰과 검찰이 정 대표의 300억원대 상습 도박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릴 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수사 중이다. 또 '100억원 도박' 사건 수사 때 정 대표의 횡령 혐의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과정, 정 대표가 신청한 보석에 대해 검찰이 '법원이 알아서 판단해달라'는 뜻인 적의(適宜) 의견을 내는 데도 H 변호사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확인 중이다. 그러나 H 변호사는 "정 대표에게서 받은 수임료는 1억5000만원이 전부이고, 수사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1년 대검 기획조정부장(검사장)을 끝으로 변호사 개업을 한 H 변호사는 대표적 특수부 검사 출신이다. 그는 개업 이후 '사건을 싹쓸이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큰돈을 번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H 변호사는 2013년 월 소득 7억6400만원(연간 91억6800만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그는 조만간 자신이 근무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후배 검사의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검찰은 정 대표를 보석으로 빼내주는 대가 등으로 수임료 50억원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산 최유정 변호사를 전북 전주에서 체포했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정 대표에게서 받은 돈은 정상적 변호사비가 아니라 재판부 등에 로비한다는 명목 등으로 받은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2013년 부장판사가 된 지 1년 만에 판사직을 그만두고 대형 로펌에 들어갔다. 당시 주변 사람들에게는 '가족의 병원비 때문에 변호사 개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1년도 못 돼 로펌에서 나와 서울 서초동에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그를 잘 아는 변호사는 "로펌에서 하는 업무량에 비해 수입이 적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기가 손해 본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고 했다. 다른 변호사는 "로펌이라는 조직 생활이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만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브로커 이모(44)씨와 어울리기 시작한 이후로 법조계에서 이런저런 구설에 휘말렸다. 이씨는 최 변호사에게 정 대표 사건과 유사 수신 업체 이숨투자자문의 실소유주 송모씨 사건을 수임할 수 있도록 주선했다. 이숨투자자문 이사였던 이씨는 최 변호사가 폭행 혐의로 정 대표를 경찰에 고소할 때 고소장을 대신 내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 내에서 최 변호사가 '여기저기 전화를 많이 하고 (재판부에) 압박을 준다'는 소문이 많았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대법원이 정기적으로 펴내는 소식지 '법원사람들'에 2006년 글을 써 이듬해 법원 문예상 대상을 받은 경력이 있다. 그는 당시 글에서 '행복의 조건은 외적인 것에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썼다.

[그래픽] 정운호 대표 법조비리 수사 기고자 : 최재훈 박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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