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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 이긴 자가 모든 권력을 차지하는 승자 독식 권력 구조가 우리 정치에 심각한 폐단을 초래하고 있다. 승자의 패권 정치와 패자의 발목 잡기 투쟁으로 정치가 실종되고 국정이 자주 마비된다. 지난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되면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의 연정 실험이 주목받고 있다. 여당과 야당이 권력을 공유함으로써 갈등을 넘어 협력과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경기도에서는 여야 간에 연정 합의에 따라 야당이 추천한 사회 통합 부지사를 임명해 보건복지국 등 네 부서를 맡기고, 산하기관장 6명에 대한 인사 추천권도 부여했다. 여야로 구성된 연정실행위원회를 설치해 현안을 논의하도록 했다. 경기도의 연정 실험은 대결 정치 대신에 협의 정치나 화합 정치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중앙 정치권에서도 연정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의 연정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우선 경기도가 추구하는 것이 상생 정치라면 연정 모델이 가장 적합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연정은 독일과 같은 내각책임제에서 어느 정당도 과반수를 이루지 못해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하지 못할 때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둘 이상의 정당이 연합해 정부를 구성하지만 정부에 참여하는 여당과 참여하지 않는 야당 간 대립과 갈등은 여전히 존재한다. 반면 우리나라 집행부는 독임제 정부로 주민이 지사를 뽑으면 정부를 구성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구태여 연정을 논의할 필요가 없다.

정부 구성을 넘어 상시적 협의 정치를 목적으로 하는 정부 형태를 모색한다면 스위스의 정부 모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방정부는 각료 7명으로 구성한다(지방은 5~7명). 모든 유력 정당이 득표율에 비례해서 정부 각료직을 차지하므로 모두 여당이 된다. 모든 정부 정책은 내각 회의에서 대등한 각료들이 합의로 결정한다. 내각 회의에서는 치열하게 토론할 수 있지만 일단 결정되면 따라야 한다. 야당 역할은 국민이 한다. 정당 간 충분한 협의 없이 법률을 만들면 국민이 국민투표를 제기해 거부한다. 이에 정당들은 국민투표에 따라 거부당하지 않으려고 서로 협의해야 하는 사실상 강제를 받게 된다.

독일식의 연정이든 스위스식의 협의 정부든 현재의 정부 형태로는 온전하게 실현하기 어렵다. 지방자치단체장이 그 보조 기관인 부단체장과 권력을 나누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된 화합 정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방정부 형태를 내각제나 협의제 형태로 전환하여 대등한 각료 간의 실질적 권력 공유가 가능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마침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 기관 구성 형태 다양화'를 추진하고 있다. 방법도 간단하다. 지방자치법상의 획일적 지방정부 구성 방식을 폐지하고 지방이 자신의 정부 형태를 조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한 지방의 개혁과 변화가 다른 지방에 발전적으로 전파되고 중앙 정치를 아래로부터 혁신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본질이다. 한 지방정부라도 먼저 제대로 된 화합 정치를 실현해 이제는 그만 싸우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국민의 현안을 해결하는 참된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