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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보이'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는 11일(한국 시각) 탬파베이 레이스전 홈경기가 열리기 전 팀 동료들과 코칭스태프에게 특별한 선물을 했다. 이들의 등번호를 새겨넣은 선글라스였다. 서른네 살 루키 선수가 한국에서 공수해 온 선물에 감동한 동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선글라스를 끼고 훈련에 나섰다. 선물을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모두 밝은 표정이었다.

몇 시간 후, 이대호는 팀에 또 다른 선물을 안겼다. 이번엔 시원한 대포였다. 팀이 3－2로 앞선 4회 무사 1·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그는 상대 선발 드루 스마일리(좌완)의 80마일(129㎞)짜리 커터를 그대로 밀어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스트라이크존보다 낮은 바깥쪽 공이었는데 힘으로 이겨냈다. 시즌 5호포(3점). 비거리는 111m였다.

홈을 밟은 이대호는 두 손으로 가슴을 치고는 하늘 위로 찔렀다. 이전 홈런 땐 본 적 없던 적극적인 세리머니였다. 이대호는 이날 4타수 1안타(1홈런) 3타점을 올렸다. 그의 한 방으로 멀찌감치 달아난 시애틀은 끝까지 리드를 지켜내며 6대4로 승리했다. 시애틀은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 5개 구단 중 가장 먼저 20승(13패) 고지에 올랐다.

스콧 서비스 시애틀 감독은 경기 후 "세이프코 필드(시애틀 홈구장)에선 공을 밀어쳐서 홈런을 만들기 쉽지 않은데 이대호가 좋은 스윙을 보였다"고 칭찬했다. MLB 닷컴도 '빅보이 파워'란 제목을 단 기사에서 "이대호가 계속해서 좋은 스토리를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대호는 "나는 이곳에서는 신인 선수이지만 어린애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상대 투수에 따라 선수를 번갈아 기용하는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 때문에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홈런 페이스는 예사롭지 않다. 이날까지 46타수(19경기)에서 홈런 5개를 쏘아 올렸다. 9.2타수당 홈런 하나꼴이다. 이는 MLB 전체 홈런 공동 선두(12개)이자 이대호의 팀 동료인 로빈슨 카노보다도 나은 페이스다. 33경기에 나선 카노는 11.4타수당 1홈런을 쳤다.

두 선수가 모두 137타수씩을 소화했다고 가정했을 때, 이대호의 홈런 수는 14.9개가 된다. 40타수 이상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 이대호보다 타수당 홈런이 높은 선수는 없다. 많지 않은 출전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최고 수준의 활약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대호는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였다. 국내와 일본에선 4~5월엔 홈런이 뜸하다 여름이 다가오면 괴력을 발휘했다. 앞으로 이대호의 방망이가 더 빠르게 돌아갈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전문가가 많다.

[그래픽] 출전 기회 더 많았다면 홈런왕 페이스 / 코리안 메이저리거 성적표 기고자 : 이순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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