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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꿈에 하늘에서 돈다발이 떨어지더라고요. 제가 제일 많이 주웠죠. 그런데 자세히 보니까 그게 달러였어요. 이거, 리우로 가는 길몽 아닌가 싶었죠."

만년 2인자였던 한국 유도의 유망주 이승수(26·국군체육부대)가 11일 강원 양구에서 열린 전국 체급별 유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리우올림픽행 티켓에 성큼 다가섰다. 그는 '유도 천재' 왕기춘(28), '유도 괴물' 김재범(31)의 연습 파트너로 그늘 속에 지낸 인물이다.

이번 대회는 리우올림픽에 나갈 유도 국가대표를 확정하는 마지막 평가전이었다. 체급별로 1명만 출전하는 올림픽에서 81㎏급은 그동안 일인자였던 김재범이 이번 대회 직전 은퇴를 선언하면서 이승수와 왕기춘의 치열한 경합이 예상됐다.

하지만 이승수는 이날 4판을 내리 이기며 거침없이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에선 37초 만에 업어치기 한판으로 상대를 눕혔다. 반면 세 번째 올림픽 출전에 도전했던 왕기춘은 2회전에서 신예 이문진(21)에게 한판으로 진 뒤 패자 부활전에서도 패했다.

◇'천재'와 '괴물' 사이 만년 연습 파트너

그동안 이승수는 만년 2인자였다. 왕기춘·김재범이란 걸출한 스타들과 같은 시대, 같은 체급으로 뛴 게 죄라면 죄였다. 그는 2008년 국가대표가 됐지만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승수는 처음에 73㎏급에서 뛰었다. 당시 73㎏급은 왕기춘 천하였다. 왕기춘은 19세이던 2007년 세계선수권을 제패했고, 이듬해 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다. 이승수는 강점인 근력을 살리기 위해 2009년 81㎏급으로 체급을 올렸다.

그러나 이번엔 김재범이 버티고 있었다. 김재범은 2010~2011년 세계선수권에서 연달아 우승했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2010·2014년 아시안게임도 우승했다.

결국 이승수는 2012 런던올림픽 때는 왕기춘의 연습 파트너로 무대 뒤에서 땀을 흘렸고,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는 김재범의 연습 파트너로 경기를 지켜봤다. 그는 그때마다 '나도 이런 꿈의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리우에서 빛나려고 돌아왔다"

그래서 이번 대회는 이승수에게 특별했다. 그는 태릉에서 같은 방을 썼던 '존경하는 기춘이 형'을 이겨야 하는 부담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대회를 앞두고 심리 상담까지 받았다. "사실 제가 좀 예민해요. 그래서 연습 때보다 성적이 잘 안 나오는 편이죠."

이승수의 올림픽행이 최종 확정된 건 아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국내에선 올림픽 대표로 뽑혔지만, 올림픽 랭킹이 아직 걸림돌로 남아 있다. 기본적으로 올림픽엔 상위 랭커 22명이 출전한다. 하지만 대륙별 쿼터 등이 있고 나라별로 1명밖에 출전할 수 없어 실제론 31~32위까지도 출전이 가능하다. 이승수의 올림픽 랭킹은 현재 29위로 출전 자격을 갖췄다. 그러나 랭킹에 영향을 주는 마지막 국제대회가 남아 있다. 확률은 낮지만 이번 주말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대회 결과에 따라 이승수의 랭킹이 출전 자격 밖으로 밀릴 수도 있다. 그러면 랭킹 8위인 왕기춘에게 출전 기회가 돌아간다. 한국 선수들은 이번 평가전 때문에 카자흐스탄 대회엔 출전하지 않는다. 이에 이승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이제 하늘의 뜻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사실 지금까지는 잘 안 풀렸어요. 하지만 전 믿습니다. 리우올림픽에서 제일 빛나기 위해 먼 길을 돌아온 것이라고요. 두 형 덕분에 더 열심히 운동했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기고자 : 최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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