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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군 법성포에서 30년 넘게 굴비 가게를 운영하는 최유심(64)씨는 시름에 빠져 있다. 지난 9일 '김영란법' 시행령으로 공직자 등이 받을 수 있는 선물 가격을 5만원으로 제한한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걱정이 태산이다. 최씨는 "굴비 선물 세트를 5만원 이하로 만들면 굴비가 작아서 먹지도 못할 거요. 가뜩이나 굴비가 잡히지도 않는데 김영란법으로 더 먹고살기 어려워졌소"라고 했다.

경기도 과천에서 10년째 난(蘭)을 팔고 있는 장우진(42)씨도 눈앞이 캄캄하다. 장씨는 "재작년 세월호, 작년 메르스를 거치면서 3년 전보다 벌이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는데, 이제는 아예 난 산업 자체를 없애려고 한다"며 푸념했다. 난은 판매량의 80~90%가 선물용이고, 가격이 10만원 안팎이다. 그래서 5만원 상한을 걸어놓으면 판매가 올스톱될 수도 있다는 게 장씨 주장이다.

오는 9월 시행되는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구체적인 시행 기준이 나오면서 농업·축산업·수산 분야 생산자와 판매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공직자,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 등이 받을 수 있는 사교·의례용 비용을 제한했다. 적용 대상자가 약 300만명에 달하기 때문에 선물이나 경조사와 관련된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판매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한우·인삼·굴비·난·화환 등 명절이나 경조사 때 선물로 주고받는 품목을 생산하는 농어민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런 품목은 선물이 보통 10만원대 이상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5만원 이하 선물은 시중에 내놓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강원도 춘천에서 인삼을 재배하는 농민 서정권(43)씨는 "마트에서 12만~13만원에 파는 인삼 선물 세트를 5만원에 맞춰서 내놓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축산업계에 따르면 작년 한우 판매액은 4조3000억원이며, 그중 설·추석에 8000억원어치가 팔린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한우 선물이 막히면 명절 매출 8000억원의 대부분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한우 농가들은 주장한다.

이에 농림·축산·수산업 관련 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 청사 앞 시위를 비롯해 단체 행동을 검토 중이다. 전국한우협회는 성명을 내고 "김영란법의 취지는 이해하나 비쌀 수밖에 없는 한우를 키우는 농가는 피해를 입고 (값이 싼) 외국산 쇠고기 소비를 촉진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재논의하지 않는다면 끝없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기사 A3면

[그래픽] 5만원에 맞춰 선물세트 만들어 보니 기고자 : 곽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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