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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프랑스 파리 바빌론가(街) 집무실에서 만난 장 뱅상 플라세(48) 국가개혁 담당 장관은 "투명한 국가 행정을 통해 전 분야의 효율성을 높이고, 규제와 절차를 간소화해 혁신과 개혁을 이뤄내는 것이 오늘날 선진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17~18일 본지가 주최하는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참석한다.

그는 국가개혁과 관련, "정부는 더 이상 국민에게 거짓말을 해선 안 된다. 끈기 있는 토론과 설득을 통해 올바른 혁신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공분야의 고질적 비효율 문제를 개혁하고, 규제를 풀어 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설립하려는 젊은 사업가들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식 명칭이 '국가개혁 및 단순화(simplification) 담당 장관'이다. 어떻게 개혁하고 단순화하고 있나.

"한국은 젊은 나라이기 때문에 덜할 텐데, 프랑스엔 오래된 규제와 복잡한 행정 절차가 사회 전반에 축적돼 있다. 이런 것들은 국민에게 불편을 야기하고, 새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청년들에게 짐이 되기도 한다. 규제나 절차를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단순하게 만들어야 전통적 프랑스가 새로운 한 발을 내디딜 수 있다."

―프랑스 정부가 지향하는 혁신의 키워드를 꼽는다면?

"개방과 투명성이다. 프랑스는 그간 많은 정보와 지식을 축적해왔다. 이제는 이를 국민에게 개방하고, 모두가 공유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개방은 단지 정보나 숫자의 공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를 나누고, 민주주의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구해주는 것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 공공부문 개혁 문제가 자주 논의되고 있다.

"줄일 곳은 줄이더라도 늘려야 할 곳은 늘려야 한다. 과거 사르코지 정부 때에는 공무원 수를 줄이기 위해 2명이 퇴직할 때 1명만 고용하는 단순한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경찰이 줄어서 치안에 문제가 생기는 식이다. 지금 프랑스 정부는 교육·법률·치안 분야 인력은 절대 줄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정치인 입장에선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국민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정부는 국민을 속이지 않아야 한다. 과거에 국민은 어려운 현실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았고, 정치인은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것만 이야기하려 했다. 그러나 지금 거짓말을 해서는 어떠한 개혁과 발전도 이뤄낼 수 없다. 진실한 정부가 진실한 설득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혁이 시작되기도 전에 정치적 분쟁으로 좌절되는 경우도 있는데.

"한국처럼 프랑스에서도 여야 정치인 간의 충돌로 정책 시행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양당 정치의 특성이기도 하고, 민주주의의 특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이전까지 '왜(why)' 혁신해야 하나를 놓고 싸웠다면 이제는 '어떻게(how)'를 위해 싸워야 한다. 명분 싸움은 지양하고 방향을 논하는 국가가 돼야 한다."

[플라세, 한국계 입양아 출신으론 펠르랭 이어 두 번째 佛장관]

1968년 서울에서 출생해 1975년 프랑스에 입양됐다. 한국 이름은 권오복(權五福). 1992년 프랑스 국회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해 2011년 녹색당 소속으로 프랑스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2015년 환경민주당을 창당했으며, 올해 2월 국가개혁 담당 장관으로 입각했다. 한국계 입양아 출신으로선 플뢰르 펠르랭 전 문화장관에 이은 두 번째 프랑스 장관이다. 외동딸 마틸드(3)가 있다.

기고자 : 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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