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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일본 히로시마(廣島) 방문을 지켜보는 우리 정부의 마음은 편치 않다. 미국 현직 대통령의 첫 히로시마 방문이 71년 전 원폭 사용에 대한 사과 또는 침략 전쟁을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면죄부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렇다고 오바마의 안보 공약과 관련된 일정을 내놓고 반대할 수도 없다는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외교부는 11일 "'핵무기 없는 세계'를 통해 평화와 안보를 추구한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신념에 입각해 (이번 방문이) 이뤄진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외교 무대에서 '이해한다'는 수사(修辭)는 보통 '반대하지는 않지만 지지하지도 않는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의 피해자 코스프레(흉내)에 맞장구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이벤트를 환영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정부는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지속적으로 이 같은 우려를 미국 측에 전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측은 '원폭 사용과 관련한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 '역사에 대한 공개적 인정이 과거를 이해하는 데 긴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측은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대일(對日) 사죄'나 '면죄부'로 비칠 여지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 방문의 명분으로 내건 '핵무기 없는 세계' 공약이 우리 정부의 북핵 정책과 상통하는 점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 가운데 약 2만명의 한국인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미국 측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 측은 이번 방문이 모든 무고한 희생자를 추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으며, 여기에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를 포함한 희생자들을 애도하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벤 로즈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도 기고문을 통해 "(이번 방문은) 전쟁 당시 희생된 모든 무고한 피해자들(all innocents)을 추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 측은 '모든 무고한 피해자들'이란 표현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를 염두에 둔 것임을 우리 측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 평화공원 방문 시 '원폭 사망자 위령비'에서 약 200m 떨어진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까지 찾을지는 불분명하다.

기고자 : 이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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