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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새누리당 전하진 의원실을 통해 2013년 1월~2015년 10월까지 수도권에서 부산·광주 등 지방으로 옮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20개 공공기관의 기관장 관용차 운행 내역을 전수 조사한 결과, 지방 이전 이후 하루 평균 운행 거리가 증가한 기관이 14 곳(70%)이었다. 이 가운데 6곳은 운행 거리가 50% 이상 늘었다. 한국남동발전·한국전력기술 등 6개 기관은 서울 개인택시의 하루 평균 이동 거리(201㎞) 보다 운행 거리가 더 길었다. 운행 거리가 감소한 6개 기관은 비행기와 공용 차량 이용 증가 등 특수 상황이 대부분이었다.
◇개인택시보다 더 달린다
2014년 12월 서울 성동구에서 광주광역시로 이전한 한전KDN, 같은 해 3월 서울 강남구에서 경남 진주시로 내려간 한국남동발전은 기관장 관용차의 하루 평균 운행 거리가 120㎞ 이상 늘어났다. 증가율이 각각 165%와 94%에 달한다. 매일 서울 서초IC~충북 청주IC(113㎞)만큼 더 달린 셈이다. 모 공공기관 관용차 운전기사 B씨는 "작년에 출장 다닌 날만 112일이었는데, 본사 이전 이후 한 달에 보통 6000㎞쯤 운행하고 있다"면서 "기사들끼리도 '피로의 시한폭탄'에 빠진 기분이라고 하는데 사장이나 임원들은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기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한국전력기술 역시 지난해 8월 경기 용인시에서 경북 김천으로 본사를 옮기면서 하루 평균 기관장 관용차 이동 거리가 153㎞에서 228㎞로 75㎞ 늘었다.
◇1년에 한 달 반 도로에서 보내
문제는 장거리 운행이 일상(日常)이 됐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 20개 기관의 지방 이전 이후 하루 평균 기관장 관용차 운행 거리는 180㎞였다. 한국세라믹기술원, 한국남동발전, 대한석탄공사, 한국전력기술 등 상위 4곳은 228㎞가 넘었다. 일반 승용차의 하루 평균 운행 거리는 38㎞, 서울 개인택시는 201㎞이다. 대다수 기관장 관용차가 택시만큼 달리고 있는 것이다.
공인 연비(燃比) 산출 기준 속도에 근거해 이동 시간을 계산해보면 하루 평균 3시간 9분을, 상위 4개 기관은 하루 4시간 13분을 길 위에서 보내는 셈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기관장들은 한 달에 3일 12시간 20분(한 달 20일 근무 기준)을, 1년이면 한 달하고도 12일 4시간을 도로에서 허비해야 한다. 기관장들이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기관마다 결재 전쟁도 벌어지고 있다. C공기업 관계자는 "카톡 보고, 문자메시지 보고도 등장하고 전자결재도 강화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면서 "부서마다 대면(對面) 보고를 위해 기관장이 사무실에 머무는 시간대를 알기 위해 비서실에 서로 부탁하는 등 첩보전까지 벌어질 정도"라고 했다.
◇불필요한 이동 최대한 줄여야
지난해 9월 2일. 장주옥 당시 한국동서발전 사장은 울산 본사를 출발해 서울에서 열린 언론사 간담회를 마친 후 하계 전력 실태 점검차 충남 당진화력본부에 들렀다가 다음날 다시 여의도 국회로 이동해 업무협의를 마치고 울산 본사로 갔다. 1박 2일 동안 서울-부산 2.5회 왕복 거리인 1035㎞를 이동했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국회 일정은 사장 맘대로 할 수 없어 효율성을 고려한 동선(動線)을 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이동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병준 국민대 교수(전 청와대 정책실장)는 "우선 지방 공기업 관련 업무만이라도 국회에 집중된 시스템을 뜯어고쳐 전문가 위원회 등에 맡기면 효율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낙하산 공공기관장'이 비효율의 원인이란 지적도 있다. 김광호 고려대 교수는 "내부에서 승진한 기관장보다 '낙하산' 출신이 많다 보니 지방에서 세종시와 국회를 끊임없이 들락날락하는 경향도 강하다"면서 "낙하산 근절이 공기업 효율성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공공기관 관용차 하루 평균 주행거리
[그래픽] 공공기관 관용차 이용 사례 / 하루 평균 주행거리 늘어난 주요 공공기관 관용차 기고자 : 이인열 윤형준 홍영재 선우승환 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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