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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 마뉘엘 발스 총리는 긴급 각료회의에 참석한 장관들 앞에서 입을 열었다. 그는 "이달 초 노동개혁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지만, 현재로선 통과될 가능성이 없다.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고 했다. 이어 "헌법에 규정된 긴급명령권에 따라 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경제장관이 지난해 8월 경제인연합회 모임에서 '주 35시간 근무제'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이후 9개월 만에 노동개혁 법안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노동개혁은 올 들어 프랑스 사회를 격렬하게 흔들어 놓은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 3월 프랑스 정부가 노동법 개정안을 공식 마련한 이후 프랑스 전역에서는 노조의 총파업과 좌파 시민단체, 학생 등 수십만 명이 참가한 반대 시위가 잇따랐다. 집권 사회당 의원 중에서도 20% 정도가 법 개정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런 반발에도 올랑드 정부가 노동개혁 법안을 밀어붙인 이유는 현재 프랑스 경기 침체와 일자리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실업률은 올랑드가 취임한 2012년 9.7%에서 작년 말 10.6%까지 높아졌다. 유럽연합(EU) 전체 평균(9.8%)보다 높았다. 전국에서 일자리를 못 구하고 있는 국민이 350만명이나 된다. 특히 청년층에선 4명 중 1명이 실업자 신세이다. 올랑드는 떨어지지 않는 실업률에 대해 "극단적인 테러리즘보다 더 중대한 도전"이라고 했다.

성적표는 이웃 국가들과 비교할 때 더욱 초라해진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0여 년 전만 해도 독일과 프랑스는 실업률이 엇비슷했는데, 지금은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했다. 독일 실업률은 2007년 8.6%에서 올 초 4.5%까지 떨어진 반면, 프랑스는 2007년 8.0%에서 10.3%로 올랐다는 것이다. 영국의 실업률도 5.1% 수준이다.

올랑드 정부는 실업률을 낮추고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선 경직된 노동시장에 대한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2000년 사회당이 도입한 '주 35시간 근로제'를 실질적으로 폐지하는 것이다. 법정 근로시간은 35시간으로 그대로 두되, 실제 기업 현장에선 노사가 협의해 최대 주 60시간까지 근무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불가능했던 해고도 '기업 수주 감소' '새로운 경쟁·기술 직면' 등 요건을 갖추면 할 수 있도록 했다. 채용·해고에 대한 기업 부담을 줄여 고용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야당은 개정안 저지를 위해 '내각 불신임안'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내각은 전원 사퇴해야 하고, 이번 노동개혁 법안도 처음부터 다시 법제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프랑스 정계에선 정파 간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불신임안 가결 요건인 하원 재적 의원(577명) 과반수 찬성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랑드의 노동개혁 강행은 내년 대선을 위한 승부수라는 측면도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올해 말까지 실업률을 떨어뜨리지 못하면 내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지율이 13%까지 떨어진 올랑드로서는 단 한 표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올랑드 정부의 정책 변화는 2014년부터 시작됐다. 미테랑 대통령 이후 17년 만에 좌파 출신 대통령이 당선됐지만, 집권 2년이 넘도록 소비와 기업 투자가 늘지 않고 경기 침체가 지속되자 우파 정책 도입에 나선 것이다. 일자리 창출 기업에 400억유로 세금을 감면해주고, 상점의 일요일 영업 제한을 푸는 등의 조치를 단행했다. 당시에도 사회당의 반발이 우려되자 '헌법상 긴급 상황'을 들어 의회를 거치지 않고 법안을 통과시켰다.

[표] 프랑스 노동법 개정안 주요 내용

[그래픽] 프랑스와 독일의 실업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