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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먹는 방송)의 시대가 가고 노래방(노래하는 방송)의 시대가 왔다."

10일 현재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을 통틀어 노래를 소재로 한 예능은 총 8개가 방송 중이다. 시즌제로 운영되는 것까지 합치면 10개가 넘는다. 특히 지상파가 음악 예능에 주력하고 있다. MBC는 예능 전체 시청률 1~2위를 다투는 '복면가왕'(14.1%·닐슨코리아)과 '듀엣 가요제' 등 2개를 방송 중이고, 간판 예능인 '무한도전'도 가요제나 '토토가' 등 음악을 소재로 한 아이템을 자주 내보낸다. SBS도 '보컬전쟁'과 '판타스틱듀오' 등 노래 경연 프로그램 2개를 만들고 있고, 오디션 프로그램인 'K팝스타'도 매년 내보낸다. KBS는 '불후의 명곡'으로 10~30대 시청자를, '가요무대'와 '전국노래자랑'으로 중장년층 시청자를 공략 중이다. 케이블 tvN은 아예 가수뿐 아니라 연주자와 프로듀서까지 캐스팅해 노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예능으로 만드는 '노래의 탄생'을 방송 중이다. 2011년 '나는 가수다'를 시작으로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 5년 만에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공급자(방송국·가수)와 수요자(시청자) 모두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방송국 좋고 가수 좋고

공급자 측면에서 음악 예능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부수입이다. 방송에서 화제가 된 노래를 디지털 음원으로 출시해 돈을 벌 수 있다. '복면가왕'은 지난 1년 동안 수억원의 음원 매출을 올렸다. 지니, 벅스뮤직 등 디지털 음원 서비스 회사들도 이런 음악 예능에 적극적으로 스폰서를 하려 하기 때문에 제작비 부담도 덜 수 있다. 음료수나 휴대전화 등 다른 브랜드와 달리 음악 예능에선 자연스럽게 음원 서비스를 노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수 입장에선 음악 예능에 출연해 인지도는 물론 실력파 가수 이미지를 구축해 스타덤에 오를 수 있다. 박정현·김범수 같은 가수들은 '나는 가수다'를 통해 만명 단위의 관객을 모을 수 있는 규모로 성장했다. MBC 예능국 관계자는 "경연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나와서 화제를 만들어줘야 공연 홍보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몇몇 가수들은 이런 경연의 단골손님이 된다"며 "아이돌 가수 중에도 실력파 이미지를 확실히 얻기 위해 이런 음악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나오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서 깜짝 한류 스타로 떠오른 황치열도 음악 예능이 발굴했다. 그는 2007년 가수로 데뷔했으나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고 보컬 트레이너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다 2015년 케이블앰넷의 노래 경연 예능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 출연해 임재범의 노래를 잘 소화해 주목을 받았다. 이후 '불후의 명곡', 중국판 '나는 가수다' 등에 연달아 출연해 탄탄한 노래 및 춤 실력을 선보이면서 한류 블루칩이 됐다.

◇댄스 음악 외의 음악 찾는 시청자들에겐 DJ 역할

시청자 입장에선 음악 예능은 일종의 DJ 역할을 한다. 특히 댄스 음악 위주의 아이돌 음악이 아닌 다른 음악을 찾는 시청자들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다. 노래 경연이 라이브 방송이라는 제작 여건, 고음으로 듣는 이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하는 경연 구조 등이 출연자로 하여금 주로 발라드나 록음악을 부르도록 유도하기 때문. 게다가 대개 기존의 히트곡을 편곡해 부르는 방식이라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동시에 신곡에 대한 수요도 충족시킬 수 있다. 또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랩스타' 같은 힙합 예능이 힙합 음악의 인기를 견인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 음원 서비스 멜론의 지난 1년 인기 차트를 분석해보면 이런 힙합 예능에 나온 노래 중 13곡이 주간 차트 5위 안에 올랐다.

음악평론가 배순탁씨는 "'슈퍼스타K', 나는 가수다' 등의 연이은 성공으로 음악 예능에 대한 고정 시청층이 자리 잡은 상황"이라며 "이젠 단순한 오디션이나 경연이 아니라 '복면가왕'처럼 추리적인 요소 등 양념을 가미한 프로그램이 경쟁하는 체제로 진화 중인 것"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권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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