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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톰 크루즈, 가수 폴 매카트니 등 해외 명사들이 지난해 영화 홍보나 내한 공연을 위해 비즈니스 항공기(항공사가 아닌 개인·법인 등이 개별 보유한 항공기)를 타고 김포공항을 통해 국내에 들어왔다. 이 최고 귀빈(VVIP)들은 "비즈니스 항공기 전용 시설이 없어 인파가 몰릴 경우 사고 위험이 있고 출입국 수속이 늦어져 불편했다"고 말했다. 중동 부호 중에선 전용 시설이 없는 것에 실망해 도착 후 바로 다시 떠나버린 경우도 있었다. 일부 해외 투자자는 "내 방한 사실이 노출되는 게 싫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외국 공항에선 '당연히 있어야 할 시설'인 비즈니스 항공기 전용 시설이 없으면 소수라도 영향력이 큰 해외 투자자, 부유층 관광객과 문화 행사 등을 놓치게 된다"고 지적해 왔다.

김포공항이 이런 불편을 없애고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공항에 비즈니스 항공기를 위한 전용 터미널, 주기장(7대·자동차로 치면 옥외 주차장), 격납고(4대·자동차 실내 주차장 겸 정비소에 해당)를 포함한 서울 김포 비즈니스 항공센터(SGBAC)를 다음 달 중순부터 운영한다고 12일 밝혔다. 김포공항 비즈니스 항공센터처럼 기존 공항에 비즈니스 항공기 전용 시설을 마련한 것은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31번째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 주자라 해도 비즈니스 항공기 관련 시설을 이제라도 잘 확충해가면 중국·일본 공항과 거센 경쟁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객 편의' '공항 수익성' 포석

김포공항 비즈니스 항공센터는 별도의 터미널·주기장·격납고를 마련해두고 일종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시설이다. 별도 터미널에서 출입국 심사와 세관 신고 등을 마치면 20분 이상 걸리던 비즈니스 항공기 이용객의 출입국 절차가 2~3분 정도로 줄고, 유명 인사의 프라이버시도 보장할 수 있다. 활주로 등은 기존 김포공항 시설을 같이 사용한다. 터미널에서 차를 타고 바로 올림픽대로에 진입할 수 있다.

작년 김포공항에선 하루 3~4대의 비즈니스 항공기가 이착륙했다. SK텔레콤·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이 보유한 비즈니스 항공기는 10대 정도여서, 작년 김포공항을 이용한 비즈니스 항공기의 75%는 외국인 소유 비행기였다. 외국인들이 국내 행사 참석, 영화 홍보 및 공연, 관광 및 의료 서비스 이용을 위해 비즈니스 항공기를 이용한 것이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김포 비즈니스 항공센터는 국제 행사나 외국인 투자자 유치 등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올해만 1400편 이상의 비즈니스 항공기가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등 한동안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포공항 수익성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비즈니스 항공기 1대가 1회 이착륙하면서 공항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활주로 이용료 등 70만~80만원에 불과했는데, 앞으로는 전용 터미널 이용료(110만원)와 격납고 하루 이용료(320만원) 등이 추가된다.

◇뜨는 FBO 산업을 잡아라!

김포공항에 마련된 비즈니스 항공센터처럼 비즈니스 항공기를 위한 전용 시설을 마련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FBO(Fixed Base Operator)라고 부른다. FBO는 1차 세계대전 이후 퇴역 조종사·정비사 등이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항공운송 서비스, 곡예비행 공연 등을 하던 '방랑형 비행 사업'의 반대말로 쓰였으나, 현재는 '비즈니스 항공기 대상 서비스'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FBO 산업은 지속적인 성장세다. 세계 전역의 비즈니스 항공기는 많게는 2만8000여대로 추산된다. 항공기 제작사 봄바디어의 예측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 비즈니스 항공기 보유 대수는 2014년 940대에서 2024년 2430대로 급증할 것(증가율 159%)으로 예상된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 등 중국 기업가들이 '부의 상징'으로 비즈니스 항공기를 구입하는 경향이 있어 증가 폭은 더 커질 수도 있다.

한국공항공사가 비즈니스 항공센터를 건설하면서 벤치마킹한 홍콩·상하이·싱가포르 공항의 경우 FBO 시설이 수용할 수 있는 비행기 대수가 20~40대, 한 해 운항 횟수가 3000~1만회로 김포공항 비즈니스 항공센터의 3~6배 규모다. 특히 싱가포르 등은 마리나베이 샌즈, 리조트 월드 센토사 같은 대형 호텔·리조트로부터 18㎞ 거리에 FBO가 마련돼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역시 인천공항의 '미래 먹거리'인 복합리조트 성공을 위해 비즈니스 항공기 전용 시설 유치를 계획 중이다. 복합리조트 내에 카지노 등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려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해외 부호들의 방문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비즈니스 항공기 전용 시설이 절실하다. 한 공항 전문가는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 공항의 견제 속에 인천공항이 역내 허브 공항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정부가 FBO 시설 설치 등을 적극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 커져가는 비즈니스 항공기 시장 / 유명인들의 비즈니스 항공기 이용 방한 사례 기고자 : 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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