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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히로시마 방문을 결단하기까지 3개월간 고민을 거듭했다고 미·일 언론이 12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망설이고 있을 때 "히로시마에 가라"고 등을 떠민 사람은 존 케리(Kerry) 국무장관과 캐럴라인 케네디(Kennedy) 주일 대사 등 '2K'였다고 한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2월부터 미·일 전문가들과 석학들에게 히로시마 방문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원폭 투하 결정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사죄하는 모양새가 되지 않도록 이 방문이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구하는 행동임을 밝히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미·일 국민과 주변국 반응이 어떨지가 고민이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미국으로 귀국한 케네디 대사는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히로시마에 가라"고 권했다. 그는 미국 정부 대표로 매년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 위령식에 참석해오고 있다. 케네디 대사는 케리 장관에게도 "대통령이 가보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케리 장관도 4월 11일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한 뒤 "모든 사람이 이곳에 와봐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도 그중 한 사람이길 바란다"고 했다.

그 뒤 공은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측근 4인방에게 넘어갔다. 데니스 맥도너 대통령 비서실장,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벤 로즈 국가안보 부보좌관, 밸러리 재럿 선임고문 등이다. 라이스는 한국과 중국의 반응을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다른 세 명은 호의적이었다고 한다.

케리 장관이 이런 과정을 지켜본 뒤 4월 말 일본 정부에 "백악관에 신중한 사람(라이스)이 있지만 괜찮을 것 같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그 뒤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최종 결심을 하지 못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의 반응을 걱정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가 한·일 핵무장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북한이 7차 당대회를 전후해 또다시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도 변수로 작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결심을 굳힌 것은 이달 5일이었다고 한다. 미·일 양국은 나흘 뒤인 9일 방문 일정에 대해 최종 합의를 보고 이튿날인 10일 양국이 공동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결단했다고 미국 내부의 고민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전후 71년이 흐르는 동안 일본 사회에서는 '우리가 전쟁을 일으켰다'는 인식이 희박해졌다. 반면 '일본이 세계 유일의 원폭 피해국'이라는 피해 의식은 공고하게 남아 있다. 바로 이 점이 미국과 주변국을 특히 불편하게 하는 요소다. 뉴욕타임스는 11일 자에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과 기념관에는 '일본이 불필요한 야만적 공격(unnecessary brutality)의 희생자였다는 일본인들의 보편적 생각이 배어있다"면서 "(원폭 투하라는) 무서운 일을 초래한 원인, 즉 아시아를 전쟁으로 찢어놓고 20세기 세계사를 바꿔놓은 '일본이라는 전쟁 기계(Japanese war machine)'의 존재에 대해선 거의 침묵한다"고 썼다.

백악관은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히로시마 방문 기간에 중대 연설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1일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해 (과거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지겠지만, 주요 연설을 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표] 오바마 대통령, 히로시마 방문 결단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