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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날씨가 참 좋았지요. 햇살도 바람도 공기도 적당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자연 속을 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지난주에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많이 보고 싶었는데, 이번 주에는 스승님이 떠오릅니다. 독자 여러분도 같은 마음이시죠?

20년 뒤의 저에게 편지를 써 타임캡슐에 묻을 기회를 주신 초등 6학년 담임선생님, '중2병'을 앓을 때 제 손을 꼭 잡고 기도해주신 선생님과 더불어 고교 졸업 무렵의 영어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쓰러질 뻔한 사춘기 소녀를 잡아 세워준 분이시거든요. 맨 앞줄에 앉은 급우와 눈높이가 맞았던, 야무진 경상도 신사셨지요. 전교 부회장을 할 만큼 나름 모범생이었던 저였지만 내면의 반항과 갈등은 누구보다 심했는데 그런 제 뒷모습을 읽어주신 분입니다. 사랑의 매도 많이 맞았고요.

고3 방학식 날이었습니다. 수능시험을 망치고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때 혼자 학교에 남아 있다가 선생님과 마주쳤지요. "부회장님 오늘 울산 바다에 뛰어들까 봐 집에 딱 모셔 드리겠다"며 차를 태워주셨습니다. 무뚝뚝한 분인데 웬일로 부끄러울 만큼 칭찬을 해주셨지요. 감성적인 아이가 씩씩하고 재주도 많다고요. 결론은 재수하지 말고 세상에 나가라는 조언이었습니다.

30분 뒤 내릴 땐 뜬금없이 "부모님께 잘하라"고 당부하시더군요. 서울 가면 보고 싶어도 자주 못 본다고요. 그날 이상하게 눈물이 많이 났습니다. 멀어져 가는 차를 바라보며 한참 울었어요. 소신 강한 스승과 똑 닮은 낡고 작은 차가 눈에 선합니다. 그것이 마지막 인사일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2주 뒤 선생님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하늘로 떠나보냈을 때 가장 힘든 건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사실이더군요. 그것이 얼마나 큰 아픔인지 알았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는 게 더 슬펐습니다. 곁에 있을 때 더 사랑해야 한다고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셈입이다.

내일은 스승의 날, 오후부터 전국에 비가 올 전망입니다. 차분히 은사님께 연락을 드려보는 건 어떨까요. 저도 오랜만에 감사 인사를 전해야겠습니다. 기고자 : 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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