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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티 박스에 선 선수가 티샷을 날리는 순간 TV 화면에 공의 궤적이 선으로 표시된다. 샷의 구질이 페이드(fade· 오른손잡이 경우에는 공이 똑바로 날아가다 오른쪽으로 살짝 휘는 샷) 또는 드로(draw·왼쪽으로 살짝 휘는 샷)인지는 물론 공의 속도와 최고 높이, 캐리 거리까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요즘 골프 경기 생중계 화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공 추적 기술'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 티 박스 뒤편에 놓인 가로 30㎝·세로 30㎝·두께 4.5㎝의 기계가 '비밀의 열쇠'다. '트랙맨(Trackman)'이란 이름의 2.8㎏짜리 장비는 클럽 스피드, 비거리, 스핀양 등 13개 자료를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비거리 400m 이내까지는 모두 측정할 수 있다.

기본 원리는 도플러 레이더를 활용한 군의 미사일 추적 시스템과 동일하다. 우선 ①장비가 지속적으로 전파 신호를 보내면 ②움직이는 공이 전파 신호를 반사하고 ③반사된 전파 신호를 받아 장비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산출한다. 경찰이 과속 적발을 위해 쓰는 스피드건, 날씨를 예측하는 기상 레이더도 같은 원리다.

스크린 골프장의 장비는 샷하는 모습을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해 비거리 등을 '예측'하지만 이 추적 기술은 실제로 공의 궤적을 끝까지 따라간다는 점에서 다르다. TV 화면에 표시되는 선은 '예측'이 아니라 실제 공의 위치를 '재현'한 것이란 얘기다.

트랙맨 관계자는 "레이더 추적 기술은 카메라가 초당 2만번 촬영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은 클럽의 성능 테스트를 원하는 5개 골프 클럽 제조회사의 요청으로 지난 2003년 덴마크에서 개발됐다. 이후 유명 골프코치와 방송사들이 앞다퉈 도입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국내 방송에서도 활용된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마틴 카이머(독일) 등 세계적인 선수들뿐 아니라 배상문, 장하나, 이보미, 김세영 등 국내 선수들도 간소화된 개인용 장비를 구입해 훈련에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야구에서도 쓴다. 골프용 장비를 4개 합친 크기로 개발된 야구용 시스템은 홈 플레이트 뒤편 관중석 쪽에 설치되며, 투구 스피드, 구질, 타구 스피드, 타구 궤적, 비거리, 최고 높이 등 27개 자료를 산출해 낸다.

지난 2010년 미국 프로야구(MLB) 2개 팀이 트랙맨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올 시즌에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이 모두 쓰고 있다.

[그래픽] 도플러 레이더를 활용한 골프공 추적 / 도플러 레이더를 활용한 야구공 추적 기고자 : 석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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