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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자극을 주는 옷차림을 피하라."

초·중·고 학생들이 배우는 교육부의 '성교육 교재'에 성차별적이고 남녀의 성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내용이 담겨 청소년에게 그릇된 성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교육부가 운영하는 '학생건강정보센터' 웹사이트(http://schoolhealth.kr)에 올라온 청소년 성교육 교재를 15일 본지가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교육부는 지난해 3월 6억원을 들여 만든 '국가 성교육 표준안'이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청소년 교육용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은 뒤 같은 해 9월 개정안을 내놨으나, 이 표준안과 별도로 교사·학부모는 물론 청소년들에게까지 공개된 성교육 교재에도 부적절한 내용이 담긴 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개선되지 않는 교육부의 성교육 교재

교육부가 이 웹사이트에 올린 시청각 보조교재 자료를 보면, 남녀 간 고정적인 성 관념이나 차이를 부각시키거나, 마치 남성은 항상 성에 굶주려 있고 여성은 판단력이 미약한 존재로 묘사한 내용이 들어 있다. 예를 들어 중학생용으로 작성된 PPT 자료에는 남녀 성적 반응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남자는 '성기 자극과 눈에 보이는 성적 자극' 두 종류에만 반응한다"고 기술했다. 하지만 여자는 "심신 상태, 친밀감, 자극, 환경, 체력, 취향 등에 따라 반응한다"고 설명하면서 "여자는 무드에,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성교육 전문가들은 "지극히 성차별적인 데다 심지어 틀린 내용"이라고 지적한다. 서울의 현직 보건교사 A씨는 "남자는 동물적인 본능에 충실하고, 여자는 감정적이며 의지가 나약하다는 전근대적 성 관념에 기반한 구분"이라며 "섬세한 남학생, 적극적인 여학생 등 개인차가 존재하는데 남녀 성에 대한 이분법적 편견을 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도 담겼다. 예컨대 중학생용 성교육 교재 '성 욕구의 조절' 단원에서는 "어른이 되어 결혼할 때까지 성관계를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우리나라의 초혼 연령(서울시 기준)이 남자는 33세, 여자는 31세라는 현실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경기대 김대유 교수(교육학과)는 "성교육 교재가 지나치게 '금욕'에만 초점을 둬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남녀 고정 성역할의 벽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만큼 학교에서부터 현실에 맞는 성교육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교재의 '성적 충동' 단원에서 "자극을 주는 옷차림을 피하라"고 기술한 것도 문제다. 청소년성문제상담소 탁틴교육의 이현숙 대표는 "여자는 항상 조신해야 하고 옷차림으로 남자를 자극하지 말라는 식으로 청소년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교육부-여성가족부 '칸막이 행정'도 문제

이 같은 성교육 교재의 문제점들은 "성교육 표준안의 집필에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가 거의 없기 때문에 나온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 표준안은 6명의 공동집필자가 모두 대학교수일 뿐 실제 학생들을 매일 대하는 일선 학교의 보건교사 등은 한 명도 집필에 참여하지 않았다.

정부의 칸막이 행정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청소년 성문제의 주관부처는 여성가족부지만 학교 성교육은 교육부에서 맡고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교육부가 성교육 표준안을 집필할 당시 여성가족부에 협조나 자문 요청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여성가족부 및 여성단체들의 검토를 거쳐 올여름까지 성교육 표준안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기고자 : 박승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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