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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안종범 경제수석을 정책조정수석으로,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을 경제수석으로 임명한 것은 남은 임기 동안에 경제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고 기존 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안 수석과 강 수석은 정권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 '고용률 70%' '4대 부문 개혁' 등 현 정부의 경제·복지 정책을 설계한 주인공들이다.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시절부터 '경제 가정교사' 역할을 한 것도 공통점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마디로 결자해지다. 정책을 만든 사람들에게 마무리도 맡긴다는 게 이번 청와대 경제팀 인사의 특징"이라고 했다. 안 수석이 선임 수석인 정책조정수석으로 선두에서 끌고나가고, 강 수석이 뒤를 받치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 수석은 본지 통화에서 "그동안 추진해온 갖가지 일을 마무리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일자리 창출에 포커스를 맞추고 각고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번 인사로 청와대 경제팀이 국회와 이전보다 가까워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안 수석과 강 수석 모두 국회의원을 지냈다. 야대(野大) 국면을 맞아 각종 경제 현안을 풀어나가려면 국회와 가까운 인사들이 경제정책을 이끌어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책조정수석은 당·정·청 회의를 준비하는 팀장 역할을 해야 하는데, 관료 출신인 전임 현정택 수석이 국회에 익숙하지 않아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이 종종 나왔다. 한 고위 관료는 "지난주 박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 분기에 한 번씩 만나기로 한 약속의 후속편으로 국회 출신을 청와대 경제팀에 기용해 야당과 소통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 법안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노동개혁법 등의 국회 통과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반대로 법률 통과가 거의 전무한 상태다. 게다가 박 대통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공기업 성과연봉제 역시 노동계가 야당을 등에 업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와의 교착 상태를 풀고 경제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 정치인 출신 '투 톱'을 정책 라인 맨 앞에 내세운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안 수석과 강 수석은 서로 호흡이 맞는 사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두 사람은 1980년대 후반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과정을 함께 밟은 동문이다. 귀국 후 교수가 되기 전 대우경제연구소에서 일했다는 공통의 경력도 있다.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한 관료는 "정권이 2년도 남지 않았으니 손발 맞는 사람들끼리 마무리에 매진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했다. 둘이 상호 보완적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안 수석이 우직하게 업무를 중심에 놓고 움직이는 반면 강 수석은 전달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는다. 강 수석은 자신의 경제관을 '호프노믹스(hopenomics·희망+경제학)'라고 부른다. 경제정책이 국민 모두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는 철학을 표현한 말이다. 그러나 강 수석은 교수와 국회의원만 지냈을 뿐 스스로 정책을 집행해본 경험이 없어 이번 기회에 업무 추진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경제 부처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책의 연속성 차원에서 공무원들이 혼란을 겪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강 수석은 19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여당 간사와 조세소위원회 위원장을 지내 경제정책의 흐름을 꿰뚫고 있다. 현안 파악에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관료들은 기대한다. 한 고위 경제 관료는 "경제수석을 관료 출신이 해야 할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국회 관계가 원만한 정치인이 맡는 게 공무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이라고 했다.

강석훈 靑경제수석은, 大選때 공약 '교통정리'… 규제 완화에 적극적

안종범·최경환과 위스콘신 3인방

강석훈(52) 신임 경제수석은 그동안 안종범 전임 수석의 뒤를 이을 '경제수석 0순위' 후보로 꼽혀왔다. 정권 초반 청와대로 간 안 전 수석과 달리 강 수석은 국회에 남았다. 대신 새누리당에서 정책위부의장,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등 핵심 요직을 맡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입법화했다. 이 때문에 의원 신분인 강 수석은 당내에서 '여의도 경제수석'으로 통했다. 당초 박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에도 이런 형태의 '역할 분담'을 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 수석이 지난 4월 총선에서 낙천하면서 박 대통령 곁으로 이동해 돕는 쪽으로 정리됐다.

경북 봉화 출생인 강 수석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성신여대 교수를 지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소개로 2007년 대선 경선 이전부터 박 대통령을 도왔다. 지난 대선 때는 박 대통령의 공약단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실무추진단과 비서실에서 일했다. 당시 안 전 수석과 함께 모든 공약을 최종적으로 '교통정리'하는 역할을 했다.

강 수석은 최 전 부총리, 안 전 수석과 같은 시기 미국에서 유학한 '위스콘신 3인방'으로 꼽힌다. 위스콘신 학파는 전통적으로 정부 개입보다 시장 기능을 중시한다. 강 수석은 '규제 프리존 특별법'(지역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직접 발의할 정도로 규제 완화에 적극적이다. 기고자 : 손진석 선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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