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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18번홀(파4) 티 그라운드에 선 제이슨 데이(29·호주)가 2번 아이언을 꺼내 들었다.

나흘 내내 티샷의 불안을 없애준 보검 같은 존재였다. 드라이버보다는 약간 높은 탄도를 그리면서 공은 쏜살같이 페어웨이를 갈랐다. 무려 308야드를 날아갔다. 이 모습을 보면서 적지 않은 골프 전문가들이 놀라움을 표했다. 이렇게 2번 아이언으로 정확성이 보장된 300야드 안팎을 보낸다면 골프의 양상이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데이는 장타자이면서도 티샷 정확성이 들쭉날쭉한 게 문제였지만 아이언 샷의 수준은 이미 전성기 타이거 우즈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을 듣는 선수다.

16일 막을 내린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 TPC 스타디움 코스)은 제이슨 데이의 '대관식' 같았다. 세계 랭킹 1위 데이는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이 코스에서 나흘간 한 차례도 선두를 놓치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4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2개로 1타를 줄이며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해 2위(11언더파) 케빈 채플(미국)을 4타 차로 제쳤다.

총상금 1050만달러(약 124억원)에 우승 상금 189만달러(약 22억원)로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을 우승하면서 데이는 세계 1위 자리를 굳게 다졌다. 2위 조던 스피스는 컷탈락했고, 3위 로리 매킬로이는 공동 12위(7언더파)에 머물렀다. 데이는 지난 10개월간 7승을 거뒀고, 올해에만 3승을 올렸다. 데이는 올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 이어 두 차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이뤘는데, 1980년 이후 한 시즌 두 차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타이거 우즈(2002년) 이후 처음이었다.

데이가 세계 1위이긴 하지만 이 코스와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었다. 소그래스 TPC 스타디움 코스는 워터 해저드가 널려 있고 러프가 깊어 티샷의 정확성이 중요하다. 티 그라운드에서 325야드 안팎 지점의 페어웨이를 좁게 해놓아 장타자에게 유리하지도 않다. 그래서 거리가 짧더라도 드라이버를 정확하게 치거나 3번 우드를 잘 쓰는 골퍼가 이 코스에서 강했다.

데이는 대회 전 인터뷰에서 "모든 골퍼에게 잘 맞지 않는 클럽이 하나쯤 있기 마련인데 나에겐 3번 우드"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데이는 '반전'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데이는 지난주를 쉬면서 2번 아이언을 집중 연마했다. 주말 골퍼에겐 거의 '골동품' 취급받는 2번 아이언은 투어 프로들 사이에서도 사용자가 드물다. 데이는 이번 대회 기간 한 라운드에 네댓 차례씩 2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했다. 거리는 평균 290야드 안팎이었고 마지막에 308야드가 나온 것이다. 조던 스피스의 드라이버, 다른 장타자의 3번 우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안성현 프로는 "정확성이 보장된 2번 아이언으로 300야드 이상을 보낸다면 사실상 상대하기 어려운 선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데이가 12세 때부터 스윙을 가르친 코치이자 캐디인 콜린 스와턴의 조언이 이런 전략에 큰 역할을 했다. 스와턴은 "데이는 포뮬러 원 경주차 같은 선수다. 본능적으로 드라이버를 잡고 멀리 치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그를 말리는 게 내 역할"이라고 했다.

[그래픽] 제이슨 데이의 '보검' 2번 아이언 기고자 : 민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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