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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각) 뉴저지주(州) 럿거스대학 졸업식에서 5만 청중을 앞에 두고 "무식은 미덕이 아니다"고 했다.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기후변화 대책 마련에 부정적인 점을 비판하는 발언이었다.

오바마는 또 트럼프가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주장한 것을 겨냥해 "세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서로 연결돼 있고, 매일 점점 더 연결되고 있다. 장벽을 세운다고 이런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인은 의사나 비행사를 선택할 때 경험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데, 공직도 마찬가지"라며 트럼프가 선출직을 단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점을 꼬집기도 했다.

오바마가 트럼프를 공격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6일 기자회견 때는 "대통령직은 연예가 아니다. 리얼리티쇼도 아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를 진행하면서 "넌 해고야"라는 말로 인기를 얻었던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때는 "트럼프가 외교 경험이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숱한 세계 지도자를 만나지 않았느냐. 미스 스웨덴, 미스 아르헨티나…"라고 비꼬았다.

그는 독일을 방문했을 때도 "이민자·무슬림을 희생양으로 삼는 정치가 등장해서는 안 된다"(4월 25일 하노버 박람회 연설)고 트럼프를 공격했고, 4월 7일 민주당 대선 자금 모금 행사 때는 아예 "트럼프가 내 뒤를 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대못을 박았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오바마가 '트럼프 저격수'를 자처하고 있는 데 대해 "퇴임 후에도 이민·건강 등에 관한 오바마 정부의 핵심 정책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자신이 속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당선돼야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가 유지되고, 무차별적 이민 금지 같은 극단적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오바마가 추진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절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이 미국의 국격(國格)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 매체 폴리티코 등은 "오바마가 트럼프의 선거 유세와 관련해 '천박하고 분열적 언사가 쏟아지는데 이는 미국의 위신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개인적인 악연도 있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그가 미국인이 아니라는 의혹을 계속 퍼트렸던 장본인이 바로 트럼프다. 2012년 대선 때는 밋 롬니를 지지하면서 반대 진영에 섰다.

오바마의 이 같은 적극적인 대선 개입은 50%나 넘는 지지율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임기를 8개월 정도 남겨둔 상태인데도 지난 3일 CNN 여론조사에서 51%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특히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의 충성도가 높아 비호감으로 낙인찍힌 힐러리를 대신해 유세 현장을 적극 누빈다는 계획이다. 이번 대선은 연방 하원 의원 전원, 연방 상원 의원 34명을 바꾸는 선거와 동시에 진행된다. 백악관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자기 선거 때처럼 지원 유세에 나설 것"이라며 "힐러리에게 절대 필요한 젊은 층과 히스패닉, 흑인의 지지를 민주당 쪽으로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오바마의 지원 유세가 도움이 되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허핑턴포스트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미국인의 18%만이 오바마 취임 후 주머니 사정(가계 경제)이 나아졌다고 답했을 뿐, 41%는 나빠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오바마의 경제 성적표가 힐러리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 오바마 대통령의 트럼프 공격 발언 기고자 : 윤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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