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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성장은 흔히 기술 혁신의 산물로 일컬어진다. 과거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의 시기에 세계 경제는 빠른 성장을 구가했다. 하지만 경제성장은 기술 혁신뿐만 아니라 사회적 변화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거시경제학 분야 세계적 석학인 로버트 고든(76·사진) 미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17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강연에서 오늘날 세계 경제가 어느 때보다도 빠른 혁신의 와중에 있으면서도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과거에는 기술 혁신이 사회적 변화를 주도하며 경제성장을 증폭했지만, 지금은 사회 변화가 (기술 혁신의 효과를 떨어뜨리며)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역풍(headwind)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든 교수는 크게 세 가지 역풍을 제시했다. 우선 교육 시스템의 문제다. 그는 "교육 수준의 향상은 20세기 경제성장의 큰 동력이었지만, 어느 순간 대부분의 사람이 대학교를 졸업하는 '학력 인플레이션'이 벌어지며 경제성장에 대한 교육의 기여도 역시 급락했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교육비는 매년 급증, 교육 투자의 효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고령화와 출산율 하락도 심각한 역풍이다. 그는 "먹여 살려야 할 사람은 점점 늘어나는데, 노동 가능 인구는 계속 줄어든다"며 "결국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경제성장률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과 한국에서는 1940~50년대에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더 급격한 생산성 하락에 직면해 있다.

마지막으로 불평등의 확대. "기업 임원과 연예인, 스포츠 선수들은 엄청난 연봉을 받지만, 근로자들의 복지는 줄어들고 계약직 근로자는 늘어나고 있어요." 소득이 줄어든 대중의 소비는 감소하고 정부의 복지 비용이 급증, 재정 악화로 이어져 다시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고든 교수는 기술 혁신과 생산성, 경제성장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로 2013년 미국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가 선정한 10대 사상가에 뽑힌 바 있다. 기고자 : 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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