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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000달러 수준이던 국민소득을 반세기 사이에 20배 넘게 끌어올리고 평균 수명을 30년 가까이 높인 나라입니다. '위대한 탈출'을 자랑스러워해야 합니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71)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17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강연 '성장, 번영, 불평등 해소: 과거, 현재, 미래'에서 불평등과 빈곤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같이 밝혔다. 디턴 교수의 대표작인 '위대한 탈출(The Great Escape)'은 인류가 빈곤에서 벗어난 과정과 그 사이에 발생한 불평등의 문제를 다룬 책이다.

디턴 교수는 지난 수십 년간 세계 여러 나라 사이의 불평등이 완화됐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고 했다. "소득 격차가 커지고 소득 수준에 따라 건강과 평균 수명까지 양극화하는 극심한 불평등이 많은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이런 불평등이 특히 극심한 나라가 미국이며, 한국에서도 불평등의 심화가 감지됩니다." 1995년 한국의 소득 상위 1%는 전체 소득의 7%를 차지했지만, 2012년 기준으로 이 비율은 2배 가까운 수준인 12%까지 올라갔다. 디턴 교수는 "지금처럼 성장이 정체된 시기엔 불평등으로 뒤처지고 가진 것을 잃는 사람들이 늘어나 사회적 불만이 팽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만은 정치적 극단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주한 미군 철수' 같은 비현실적 공약과 막말로 유권자에게 호소한 도널드 트럼프가 최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디턴 교수는 그래프 하나를 소개했다.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 대부분 선진국에서 중년층(45~54세)의 사망률이 감소했으나 거의 유일하게 미국 백인(히스패닉 제외) 중년층의 사망률이 가파르게(10만명당 370명→415명) 올라갔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말 디턴 교수가 발표한 관련 논문('21세기 미국 중년 백인의 사망률 상승')은 부유한 국가로 여겨지는 미국에서 많은 중년이 자살, 약물 중독 등 '절망의 죽음'으로 빠져들고 있으며 저학력자일수록 이런 죽음을 많이 당한다는 사실을 담아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줬다. "과거 '우리 자식들은 나보다 잘살겠지'하는 희망으로 견디는 이들이 많았어요. 이제는 '자식에게도 미래가 없다'며 좌절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죠." 그는 "너무 많은 사람이 극심한 불평등을 탓하며 더 나은 삶을 살 기회를 아예 외면하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출신의 가난했던) 아버지는 탄광에서 일했지만 자식은 꼭 대학에 보내 성공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고, 그 의지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며 "50년 전 폐허에서 일어난 한국은 무척이나 많은 '위대한 탈출'의 기억을 통해 미래를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래픽]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기고자 : 김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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