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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파산'이란 노인들이 불안정한 소득과 질병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다가 결국 파산하는 것을 말한다. 얼마 전에 일본 NHK의 다큐멘터리 '노후 파산'이 책으로 나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있다. 일본은 이미 초고령 사회이며, 2050년이면 세계에서 노인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된다. 한국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2050년에는 일본 다음가는 '노인의 나라'가 된다.

노후 파산의 원인은 무얼까. 사회적 원인과 개인적 원인이 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한 지 30년에 가깝지만 연금 수령액이 노후 생활을 보장할 정도로 넉넉하지 않은 점이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법'에 의해 은퇴 연령이 60세로 늘어났지만 OECD국가 가운데서는 여전히 가장 낮다. 그나마 이미 은퇴한 사람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게다가 60세인 연금 수령 시기가 2008년부터 5년에 1세씩 늘어난다. 현재는 61세에 받지만 2033년에는 65세에 수령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과거에 겪었던 '보릿고개'를 연금 타기 전까지 경험해야 하는 '신(新)춘궁기'를 겪게 될 수 있다.

노후 파산의 개인적 원인은 가족 가치관의 변화로 더 이상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지 않게 된 점이다. 전에는 보통 장남이 모셨다. 그러나 이제 노부모를 돌봐야 하는 자녀마저 노인 세대에 진입하고 있다. 평균 수명은 늘어나는데 노후 준비도 안 된 자녀들이 초고령의 부모까지 긴 시간 부양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의 부모들은 노후 자금의 55%를 자녀의 결혼 비용으로 지출한다고 한다. 시대가 변해도 자식 사랑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다 보니 갑작스러운 질병이 생기면 그나마 남은 자금도 다 써버려 빈곤해지고, 심하면 파산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판단력이 흐려진 노인들은 쉽게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잘못된 투자 등으로 하루아침에 노후 자금을 모두 날리는 경우도 있다. 제대로 준비 안 된 창업으로 몇 푼 안 되는 은퇴 자금까지 날리기도 한다.

'노인 파산'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대비해야 한다. 특히 부모의 노후 자금까지 심각하게 축내는 자녀의 결혼 자금이나 빚보증으로 인해 후일 거리로 내몰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미령 대구대 지역사회개발·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