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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우올림픽 여자 배구 세계예선전 한·일전을 앞두고 한국의 우세를 점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한국은 일본과 상대 전적이 48승 86패로 열세였고, 세계 랭킹도 9위로 일본(5위)보다 낮았다. 최근 10경기에서 일본을 이긴 건 세 번뿐이었다. 일본은 평균 신장이 175㎝로 한국보다 5㎝가 작고 김연경 같은 세계적인 선수도 없지만, 견고한 수비와 빠른 스피드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8개 팀 중 최강으로 분류됐다.

한국은 17일 열린 세계예선전(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 3차전 초반만 해도 일본의 끈질긴 수비에 막혀 끌려가는 모양새를 보였다. 김연경의 공격이 일본의 '짠물 수비'에 번번이 막히면서 선취점을 내주며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한국은 그대로 물러나지 않았다. 4년 전 런던올림픽 3·4위전에서 당한 뼈아픈 패배를 반복할 수는 없었다. 사실상 승부의 분수령이 된 건 1세트였다. 한국은 1세트 막바지에 3번이나 세트포인트(한 점만 더 내주면 세트를 잃는 상황)에 몰리면서도 악착같이 듀스를 만들며 추격해 결국 28－26으로 역전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일본을 3대1(28―26 25―17 17―25 25―19)로 눌렀다. 지난 15일 네덜란드를 3대0으로 격파한 뒤 "일본전을 위해 기쁨을 아껴두겠다"고 했던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자 코트에서 원을 그리며 펄펄 뛰었다.

한국의 주포 김연경은 1세트 때 서브 리시브가 다소 흔들렸지만 상대 블로킹 위에서 공을 내리꽂는 타점 높은 공격으로 맹활약했다. 김연경은 스파이크 높이가 3m7㎝에 달하는 '고공 공격수'다. 이날도 일본 선수 2~3명의 블로킹 위에서 강타하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김연경은 양 팀 선수 중 최다인 25점을 기록했다. 한국과 예선을 치른 이탈리아·네덜란드·일본 감독들은 경기 전 모두 "김연경을 반드시 묶겠다"고 했지만 어느 팀도 '배구계의 메시'라 불리는 그를 막지 못했다.

김희진의 경기도 빛났다. 그는 서브 득점만 5점을 뽑아내는 등 총 18점을 얻어냈다. 일본 선수들이 김연경에 집중해 생긴 빈틈을 정확히 노렸다. 센터 양효진도 10점을 보태 김연경의 짐을 덜었다. 일본의 주포 나가오카가 직선, 대각, 연타 등 다양한 공격으로 21점을 쏟아냈지만 10점 이상을 기록한 다른 공격수가 없었다.

이탈리아와의 1차전에서 패한 뒤 네덜란드와 일본을 잇달아 제압한 한국 여자 배구는 2승 1패를 기록하며 리우올림픽 진출의 8부 능선을 넘었다. 한국은 이번 예선에서 아시아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거나, 아시아 1위 팀을 제외한 상위 3위 안에 들어야 리우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다.

기고자 : 김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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