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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70) 전(前) 미국 대통령은 17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미국이 고립주의 노선을 택하는 건 큰 실수"라며 "'미국 우선주의'를 배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미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천명한 대외정책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날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과 가진 대담에서 미 대선과 관련한 질문에 "전 대통령은 입을 다물어야 한다"면서도 트럼프의 신(新)고립주의 노선을 수차례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전 경제 상황이 좋지 못했을 때 고립주의 정서가 수면으로 올라왔는데 이번에도 그런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세계경제는 너무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정치는 이런 현실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고립주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한국이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을 100% 내야 한다'는 트럼프의 발언을 의식한 듯 "미국과 한국은 경제·군사적으로 활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미국에도 한국 교포가 많이 살고 있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그런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또 트럼프 특유의 직설 화법을 겨냥해 "정치인들의 현란한 수사가 사람들을 정치로부터 외면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좋은 사람들이 정치에 더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 중국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국익이 미국이나 한국·일본과 다를 수 있다"면서도 "북한 핵개발과 도발은 동북아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이것이 중국의 국익을 해친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한·일 3국이 공동 미사일 방어(MD) 체계를 협의 중이라고 들었다"며 "북한이 미사일을 개발해도 이러한 MD 체계를 통해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또 한·미가 북한 인권 운동과 탈북자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 통일은 한·미의 궁극적인 목표"라면서 "(통일이 돼) 북한에서도 종교의 자유, 인권, 선거를 통한 정권 창출 등이 확보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림이 취미인 부시 전 대통령은 "최근에는 내 대통령 재임 시절 부상당한 상이용사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퇴역 장병들과 골프를 치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는 장병과도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손녀들이 나를 스페인어로 '헤페'(jefe·보스를 뜻함)라고 부르며 잘 따른다"면서 "할아버지가 되는 건 행복한 일"이라고도 했다.

기고자 : 전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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