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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 위도도(이하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17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개회식 기조연설을 마치면서 더듬거리는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고 외쳤다. 발음은 어색했지만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을 가득 채운 500여 청중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조코위 대통령이 연설 내내 강조한 '혁신에서 소외되는 패자(敗者)를 포용하자'는 뜻이 집약된 한 문장이었다.

그는 10여년 전 인도네시아 솔로시(市) 시장으로 정치 생활을 시작하면서 시의 골칫거리였던 공원 문제를 해결한 일화를 소개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불법 노점상이 중앙 공원을 점거하면서 쓰레기가 쏟아졌고, 교통마저 불편해지면서 시민들은 공원을 외면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전임 시장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노점상을 옮기려 할 때마다 폭동이나 시위가 일어났다"면서 "모두가 안 된다고 얘기할 때 걷고 또 걸으면서 불법 노점상들을 만나 설득했고, 결국 이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겠다고 약속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의 주지사로 재직하면서 외곽 순환도로를 완성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공정이 90%가량 진행됐지만, 이 지역에 거주하는 144가구가 이주를 거부하면서 14년간 완성을 못 하고 있었던 프로젝트였다. 그는 "이번에도 걷고 또 걸으며 그들을 만났고, 여러 차례 같이 밥도 먹으며 설득했다"면서 "결국 몇 개월 후 그들은 이주에 합의했고, 자카르타 외곽 순환도로는 완성됐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가 너무 커서 대통령이 되고 난 다음엔 걷지 않고 (비행기를 타고) 날아다닌다"는 그의 농담에 청중은 웃음을 터뜨렸다.

조코위 대통령은 "조선일보가 올해 콘퍼런스의 주제를 '혁신'으로 잡은 것은 매우 시의적절했다"면서 "현재 우리는 로봇, 인공지능, 유전공학, 3D 프린팅 등이 발전하는 이례적인 혁신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전례 없는 불안정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소득 불평등이 심화하고, 전 세계적으로 안보 위협이 증가하면서 세계경제가 힘을 잃어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관행과 정부의 사고, 철학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혁신으로 패자와 승자가 분명해지지만, 혁신의 패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혁신의 승자들이 더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의 패자를 끌어안기 위해 "다양성을 인정하고 함께 걷자"고 했다.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단순히 국적이나 종교, 외모나 성격이 다름을 인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승자와 패자 운명의 차이까지도 인정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나와 다르게 생긴 사람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함께 아름다운 곳도, 힘든 곳도 손을 잡고 걸어간다면, 지구 상의 모든 사람이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일부 청중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조코위 대통령은 솔로시의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2005년 고향에서 시장에 당선되면서 정치 생활을 시작했고, 2012년 자카르타 주지사를 거쳐 2014년 53.2% 지지율로 인도네시아 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친서민 정책으로 '서민 대통령'으로 통하는 그는 서구 언론에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유사한 점이 많다며 '인도네시아의 오바마'로 불린다.

기고자 : 안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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