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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보다는 윤리, 이기(利己)보다는 희생, 갈등보다는 대화가 우선하는 '영적 혁신(spiritual innovation)'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마수메 에브테카르(Ebtekar·56) 이란 이슬람 공화국 부통령은 17일 제7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회식 기조연설에서 "인류 문명이 전쟁과 폭력, 과도한 소비 등으로 큰 위기에 처해 있다"며 "세계 각국이 인간의 존엄성을 이해하고, 자연에 감사하는 혁신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 4.0'을 주제로 한 이번 콘퍼런스에서 다른 연사와는 달리 정신적 혁신을 강조한 것이다.

에브테카르 부통령은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이란의 첫 여성 부통령을 지냈고, 2013년 개혁파 로하니 대통령 정부 출범과 함께 다시 부통령이 됐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2009년 한때 대선 출마를 고려했고, 지금은 이란에서 가장 유력한 개혁파 여성 정치인이기도 하다.

히잡을 쓴 차림으로 연단에 올라선 그는 "기술의 발전이 삶의 편리성은 개선했을지 몰라도 인류를 질적으로 향상시키지는 못했다"며 "사람들은 여전히 탐욕적이고, 욕심에서 비롯된 전쟁과 테러는 인류 문명을 황폐화시키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 영혼에서 우러나온 헌신을 언급하면 이를 혁신적이라고 칭송한다"며 "우리는 이렇게 각박한 세상 속에 살고 있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해결책으로 제시한 '영적 혁신'은 다소 철학적이었다. 에브테카르 부통령은 "인간 존엄성을 이해하고 용서의 마음을 갖는 등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와 시각이 180도 달라져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에브테카르 부통령은 영적 혁신을 얻기 위해서는 자아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에브테카르 부통령은 "이기와 오만을 극복하고, 이성(理性)과 영성(靈性)의 균형을 갖춰야 한다"며 "세계 각국이 영적 혁신을 기반으로 정책을 마련한다면 세계 평화도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자연은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선물(Gift of God)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며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란 대통령 직속 정부기구 '환경청'의 수장을 겸임하고 있는 에브테카르 부통령은 숲 가꾸기부터 온실가스 감축에 이르는 다양한 정책을 실행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지난 2006년 유엔환경기구(UNEP) 환경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에브테카르 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환경부와 폐기물 관리, 대기오염 관리 등에 대해 한·이란 협력을 추진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기고자 : 윤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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