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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오늘 회의장에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앉았습니다. 저는 부시 전 대통령이 주도한 이라크 전쟁을 강력히 반대했고, 그와 정치적 견해도 아주 다르지만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웃으면서 대화할 수 있습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72) 전 독일 총리는 17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동북아 평화 번영의 리더십'을 주제로 연설한 뒤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남북 간 대화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북한 핵을 포기하게 만들려면 제재와 동시에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외교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독일 통일에서 경제 교류는 곧 대화를 의미했다"며 "그런 의미에서 개성공단 폐쇄는 안타깝다"고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한국이 사악한 북한 정권과 대화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는 김정은 정권 아래에서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 때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슈뢰더 전 총리의 임기(1998~2005년) 중 독일은 통일 후유증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 슈뢰더는 중도 좌파 성향인 사회민주당(SPD) 소속이었지만 실업 급여 축소,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어젠다 2010' 개혁을 추진했다. 슈뢰더는 이 때문에 실각했다. 이후 후임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개혁을 계속 추진했고, 경제가 되살아났다. '슈뢰더의 추진력과 결단력이 독일을 살렸다'는 평가에 대해 슈뢰더는 "그것 때문에 내가 물러났잖아"라며 농담을 했다.

슈뢰더는 "정치인은 본인의 정치적 생명이 끝난다 하더라도 개혁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며 "당시 우리는 사회적 시스템을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해 개혁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독일처럼 현재 한국도 무조건적으로 개혁이 필요해 보인다"며 "정치 지도자가 직을 걸고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