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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심사 및 심판 인력의 전문성이 높은데도 무효 판결이 많은 이유는 특허법정의 멤버를 보면 짐작이 간다. 비전문가들이 전문적 분야를 판단하는 시스템이 문제인 것이다. 민·형사 재판은 오판이나 전관예우가 있다 해도 그 영향은 대개 개인과 주변에만 미친다. 그러나 특허재판은 기업 외에도 청년 일자리, 나아가 한국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리 경제를 살리는 주된 방법의 하나가 청년층 창업이다. 대기업은 '고용 없는 성장'이 20년을 넘었고, 공무원 증가는 심각한 부채가 될 것이다. '치킨집' 같은 자영업으로 청년들을 내몰면 은퇴자들과 공멸할 뿐이다. 그래서 대학마다 창업붐을 일으키려고 돈다발을 풀고, 최근에는 문예 분야까지 창업을 유도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에 앞서 제대로 된 환경이 만들어졌는지 점검해야 한다. 신기술과 아이디어로 창업에 나서는 젊은이들에게 미래가 있을까. 왜 미국·영국·이스라엘·중국·대만·일본보다 창업 성공률이 낮은가. 성공할 만하면 기술을 빼앗기기 일쑤인 탓 아닌가.
재판이란 마지막 협상이며, '이쪽은 안 되니 저쪽 길로 가라'는 표지판 역할도 한다. 시범 케이스로 딱 2건만 100억원짜리 특허 침해 판정을 해보라. 그래야 물길이 바뀐다. "특허를 건드리면 큰일 난다, 제값 쳐주고 사는 게 낫다"는 인식이 생기고, 그래야 젊은이들도 움직인다. 그래야 안정된 직업과 스펙,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대신 신기술을 개발하고, 팔고, 이전하고, 결혼하고, 애도 낳고, 집도 사고, 경제가 돌아간다. 궁극적으로 기술을 거저 먹으려던 대기업까지도 살리는 길이다.
대안은 이렇다. 특허법원의 판결은 배심원제로 하자. 다만, 국민 참여형이 아니라, 석·박사 등 상당 수준의 자격을 갖춘 사람들로 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특허심판원에 제출되지 않은 추가 증거의 제출은 허용치 말아야 한다. 또한 대법원도 사실심을 중지하고 법률심만 해서 권위를 살리고 업무량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본다.
이우기 인하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기고자 :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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