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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시민공원에서 중국 관광객 4000명이 삼계탕을 먹은 이벤트는 삼계탕을 수출하려는 농림축산식품부의 훌륭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관광객 하나하나 귀한 인간(人間)을 인구(人口)로 셈하게 되는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잘나가던 접객 업소가 손님을 인간이 아닌 인구로 인식하면 망하기 때문이다. 인간사회가 인간을 노동력이나 구매력과 같은 수단으로 인식하게 되면 인간은 인구로 관념화된다. 인구라는 말에는 개성과 감정이 살아 있는 인간과의 관계가 절연돼 있고, 인간을 몰개성한 존재의 집합으로 취급함으로써 관리·운영의 대상화하는 인식이 깃들어 있다.

우리나라 관광산업은 원가를 낮추어 가격으로 경쟁하려다 보니 인간을 인구로 보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특히 관광객의 송객을 소수의 여행사업자에게 의존하면서 가치를 높여 가격을 제대로 받는 고급화로 가지 못하고 있다. 물론 단체 관광객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송객 사업자와 동업하는 역할 분담은 유효한 기능을 한다. 그러나 소수의 송객 사업자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유발되고 있다. 일부에선 리베이트를 챙기려고 단체 관광객을 쇼핑센터로만 돌리는 나쁜 가이드와 관광업자들이 공생하며 최악의 관광 시장을 만들고 있다.

관광지와 관광 대상의 편재도 심각하다. 관광지는 서울과 제주도에 편중돼 있고, 관광 대상도 전세버스 타고 면세점 들렀다가 식사하고 가는 판에 박힌 패키지 투어다. 관광 입국을 위해서는 다양한 수요를 갖고 있는 개인 여행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그러려면 다양한 지역에서 저마다의 생활문화와 독특한 식문화, 고유한 경관과 예술 활동, 축제와 민속, 신비한 역사 이야기, 산업유산과 산업문화 등 고객 가치에 대응하는 새로운 자원을 발굴해야 한다. 통 큰 단체 여행과 큰 씀씀이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다양한 한국의 문화를 접하려는 개인 여행객과 알뜰한 고객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여기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모든 지방이 모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관광 패턴과 시장을 세분화하고 각자의 지역에 알맞은 고유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지역 고유의 관광 자원에 맞추어 대상을 정하고 차별화된 집객 시스템으로 맞춤 고객을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아토피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헬스투어리즘만으로도 얼마든지 고정 고객을 만들 수 있다. 일본 세토내해(內海)의 황폐한 섬 나오시마를 '예술 섬'으로 승화시켜 전 세계로부터 찾아오게 한 것처럼 넘버원이 아니라 온리원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와 외교의 영향으로 좌우되는 단체 관광이 아니라 성숙한 개인 여행객으로부터 선택받는 관광지를 만들어야 한다. 방한 외국인들이 재방문하는 메커니즘을 분석해 재방문을 늘려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참으로 중요하지만, '서울관광청'을 설립해 관광 서울의 패턴을 바꾸려던 꿈이 좌절돼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서울시의 현실이 갑갑하다. 그런데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은 서울시만이 아니다. 서울에 온 관광객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지방의 모습도 갑갑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의 관광 입국은 지방에 온 관광객들이 서울도 관광하는 날이 올 때에 비로소 시작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강형기 충북대 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