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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이 해외 선주(船主)들과 벌이고 있는 용선료(배를 빌려 쓰는 비용) 인하 협상이 좌초 위기에 몰렸다. 18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상선 본사 서관 15층 회의실에서 열린 막판 협상이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날 협상은 시작부터 자꾸 예상을 빗나갔다. 다나오스·나비오스·CCC 등 그리스계 선주와 영국계 조디악, 싱가포르계 EPS 등 현대상선에 컨테이너선 34척을 빌려주고 있는 5곳의 선주들과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조디악과 EPS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나마 EPS 는 화상 회의를 진행했지만, 조디악은 "현대상선 요구대로 30% 정도 용선료를 낮춰줄 순 없다"며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시간도 예상보다 짧았다. 마라톤 회의를 각오했는데, 오후 2시에 시작해 불과 4시간 만에 끝났다. 현대상선의 의뢰를 받아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밀스타인 법률사무소 소속 마크 워커 변호사는 이날 협상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협상은 이제 시작이다. 시작 단계라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2월 중순부터 런던·싱가포르·일본·뉴욕 등에서 3개월간이나 이어진 협상인데 "아직 시작"이라고 한 것은 협상이 난항이라고 말한 것이나 다름없다.

현대상선은 총 22곳의 해외 선주 가운데 벌크선(일반 화물선) 선주 17곳(49척)과는 협상을 마쳤다. 그러나 5곳의 컨테이너선 선주들은 버티고 있다.

이번 협상은 "대주주가 될 산업은행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겠다"고 요구해 서울에서 개최됐고, 산은이 직접 참여했다. 그래서 협상이 가닥을 잡을 것이란 기대감을 키웠지만, 이날 협상 분위기는 불안감을 키웠다.

만약 협상이 불발되면, 채권단은 현대상선을 법정관리에 넣을 가능성이 크다. 채권단 관계자는 "법정관리로 가면 재기의 기회를 잡기 어렵고, 회사가 청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정한 협상 시한은 오는 20일이지만, 마지막 담판은 기다려줄 것으로 보인다. 산은 관계자는 "인내심을 갖고 협상 결과를 기다려 보겠다"고 말했다. 기고자 : 이진석 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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