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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전국위원회 무산을 계기로 당내 친박(親朴)계와 비박(非朴)계가 분당(分黨)을 불사한 내전을 시작했다. 18일에는 친박계에서 "유승민 의원 복당에 찬성하는 사람은 당을 나가라"고 하고 비박계는 "친박이 없으면 '계파'는 종식된다"며 서로 싸웠다. 당내에서는 "2007년 쪼개진 열린우리당처럼 이미 새누리당은 '심리적 분당' 상태"라는 얘기도 나왔다.

전날 전국위를 무산시켰던 친박은 이날 '탈당' 내지 '분당' 가능성을 공개 거론하면서 치고 나왔다. 김태흠 의원은 오전 언론 인터뷰에서 "'절이 싫으면 스님이 떠난다'는 말이 있다"며 "당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도저히 생각과 이념이 다른 사람이라면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친박 이장우 의원도 "당내에다 총질을 하면서 '혁신'이라고 포장하는 인사들이 (지도부에서) 앞장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들은 '당을 나가야 할 사람'에 대해서도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 의원은 "당내 구성원들이 '안 된다'고 하는 유승민 의원의 복당 얘기를 비상대책위원회 첫 회의부터 서슴없이 한 것 아니냐"고 했다. 김 의원은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이혜훈 비대위원 내정자를 실명 거론하며 "트러블 메이커(말썽꾼)"라고 했다.

앞서 친박계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친박계 비대위원을 추가로 선임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럴 필요 없다"고 한 바 있다. '넣을' 비대위원보다는 '빼야 할' 비대위원이 있다는 것이다. 애초 친박계 내부적으로는 "정진석 비대위 체제가 안착되도록 지켜보자"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대위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자 조직적 반대로 돌아섰다. 친박 핵심 관계자는 "비대위 첫 상견례 회의부터 대통령을 공격하는 비대위원들의 메시지가 나오고, 김용태 혁신위원장 내정자는 청와대가 고심한 인사를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며 "이 발언을 계기로 의원들이 '그대로 보고 있을 수 없다'고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비대위 체제로는 전국위를 열어도 또 무산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비박계는 친박계의 '분당' 거론에 발끈하면서도 "정진석 원내대표 체제를 안정시켜야 한다"며 공식 대응은 자제했다. 김영우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우리가 문제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들인데 벌써부터 '딴살림' 얘기를 하는 것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발언"이라고 했다. 김성태 의원은 "(비박계에서) 분당이나 탈당을 거론하는 상황도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비박계 내부적으로는 "만약 누군가 당을 떠나야 한다면 떠날 사람들은 친박계"라는 얘기가 나왔다. 한 비박계 의원은 "선거 패배의 핵심 책임이 있는 친박계가 '분당' 운운하고 있다"며 "친박계가 없다면 새누리당의 고질적 계파 문제는 자동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혁신위원장에 내정됐다 사퇴한 김용태 의원은 이날 '악인(惡人)은 심판을 견디지 못해 망할 것'이라는 성경 구절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친박의 행태를 '악행'에 빗댄 것이다.

이런 모습을 두고 당내에서는 "2007년 당이 쪼개진 '열린우리당 사태'와 비슷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지난 17일 홍문표 사무총장 권한대행 주재로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 당 사무처장과 실·국장들은 "친노와 비노가 쪼개졌던 '열린우리당 데자뷔' 상황이다" "사태에 책임 있는 박 대통령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념적으로 나뉘어 싸웠던 열린우리당의 친노·비노 다툼과는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2007년 대선 경선 때도 친이와 친박으로 나뉘어 내전을 벌였지만 분당까지 가지는 않았다"며 "지금 벌어지는 내분은 밥그릇을 더 챙기려는 싸움이기 때문에 분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