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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으로 길게 뻗은 건물 좌우로는 햇살이 가득 들었다. 1·2층엔 예수의 생애, 3·4층엔 은하수가 그려진 색유리 그림(스테인드글라스)이 햇빛을 걸러서 성당 내부로 들이고 있었다. 연한 갈색 특수 벽돌로 마감한 외장은 지중해 어느 지방에 온 듯한 느낌을 줬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랜드마크로 최근 완공된 범어대성당의 첫인상은 밝고 따뜻하고 포근했다.

오는 22일 봉헌식을 갖는 이 성당은 계산성당(1899년 최초 설립)과 함께 대구대교구의 공동 주교좌 성당이 된다. 대구대교구는 1911년 프랑스 출신 드망즈(한국명 안세화) 주교가 교구장으로 임명되면서 한국의 두 번째 천주교 교구로 탄생했다. 지난 100년간 계산성당이 얼굴이었다면, 앞으로는 범어대성당이 그 역할을 나눠 맡게 된다.

◇화려하지 않게

대구대교구가 교구 100주년을 기념해 새 성당을 짓게 된 것은 실질적 이유 때문이었다. 기존 주교좌 계산성당은 600석 규모, 사제·주교 서품식 등을 치를 수 없었다. 그래서 교구 설정 100주년 기념으로 대성당 건립이 계획됐다. 논의 단계에선 사제단에서 "새집이 꼭 필요하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100년을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500명에 육박하는 교구 사제단과 신자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건설을 결정했다. 사제를 포함해 교구 내 모든 성당과 신자들이 모금에 나섰다.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당부한 것은 단 한 가지, "품위는 갖추되 절대 화려하거나 위화감 느끼게 짓지 말자"는 것이었다. 대신 시대 변화에 맞게 지역민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고 했다.

◇주민과 함께하는 문화 공간

2013년 착공 후 3년 만에 완공된 범어대성당은 약 8400평 대지에 지하 2층, 지상 4층으로 지어졌다. 2500석 규모의 대성당과 500석 규모의 소성당뿐 아니라 클래식, 뮤지컬 공연이 가능한 음향 시설을 갖춘 450석 규모의 음악당인 드망즈홀, 미술 전시장인 드망즈 갤러리, 400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식당 카나홀 등을 두루 갖췄다. 이 시설들은 신자뿐 아니라 지역 문화단체 등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문화예술 공간으로서 함께 기능하는 것. 대성당 앞엔 길이 100m에 이르는 큰 광장도 만들었다. 신자와 주민들, 성(聖)과 속(俗)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곳이다.

성당 내·외부를 감싼 스테인드글라스도 좋은 볼거리다. 조광호 신부가 제작한 스테인드글라스는 모두 220여점, 면적으로만 치면 900㎡에 이른다. 성당 현관문부터 제구실(祭具室)까지 크고 작은 스테인드글라스가 설치됐다. 조 신부는 제대와 십자고상까지 범어대성당의 상징물 디자인을 맡아 통일된 이미지를 연출했다. 이 밖에도 김옥수 신부가 구약과 신약 내용을 그린 타일벽화 180여점, 이중섭미술상 수상 작가인 권순철 화백이 기증한 500호짜리 대작 '예수' 등도 설치된다.

◇앞으로 100년의 요람

범어대성당은 '100년사 편찬'과 '제2차 교구 시노드(회의) 개최'에 이어 대구대교구가 100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3대 기념 사업의 마지막 프로젝트. 조환길 대주교는 "시노드를 통해 소외된 이웃, 청소년과 함께하는 교회를 새 방향으로 정했다"며 "새 범어대성당은 대구대교구의 미래를 열어가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대교구는 봉헌식 후 첫 주일인 29일 범어대성당에서 교구 청소년 주일 행사를 열어 사제들로 구성된 밴드 공연 등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기고자 : 김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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