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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흙수저 성공신화'로 불리는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68) 도쿄도지사가 사임 위기에 몰렸다. 취임 후 2년간 여덟 번 해외 출장 가면서 2억1300만엔(약 23억원)을 쓴 사실이 지난달 들통난 게 발단이었다.

주간문춘·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이 취재 경쟁에 뛰어들면서 파문은 더 확산되고 있다. 새해 첫날 가족끼리 온천에 놀러 간 돈을 '회의비'로 청구하고,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 미술품을 산 뒤 '자료비' 명목으로 영수증을 낸 사실도 드러났다. 쉬는 날 개인 별장에 놀러 가면서 관용차를 쓰고, 가족끼리 중국 음식점에서 한 식사까지 영수증으로 처리한 것으로 밝혀지는 등 고구마 줄기처럼 비위 행위가 불거졌다.

마스조에 지사가 2014년 서울 방문 때 1박에 7만1000엔(약 68만원)짜리 특급호텔 스위트룸에서 잔 일도 논란이 됐다. 같은 시기 호주에 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그 값의 3분의 1도 안 되는 방(1박 200호주달러·17만원)에 묵은 일이 알려지면서 "도쿄도지사 방값이 일본 총리 세 배"란 비판이 일었다.

마스조에 지사는 여론이 악화되자 13일 사과 기자회견을 했는데, 되레 역효과를 봤다. "법적으론 문제없다" "가족끼리 온천 간 건 맞지만 중간에 회의도 했다" "미술품은 외국인 선물용"이라고 변명을 거듭한 탓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 준비에 전력을 쏟아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말이 시민들의 부아를 더욱 돋웠다. 마스조에 지사의 임기는 2018년 2월에 끝난다. '도쿄올림픽 잘 치르겠다'는 말은 곧 연임하고 싶단 얘기다.

기자회견 직후 도쿄방송(TBS)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89%가 "납득이 안 된다"고 답했다. 야당은 물론 자민당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간사장까지 "반성이 필요하다"고 꾸짖었다. 마스조에 지사는 결국 "20일 다시 한 번 입장을 밝히겠다"고 물러섰다.

마스조에 도지사는 그동안 일본 내에서 '서민의 영웅'으로 통했다. 그는 일본 남부 후쿠오카현에서 과일가게집 1남 4녀 중 막내로 자랐다. 중2 때 아버지가 별세한 뒤 집안 살림이 기울어 아르바이트로 번 돈과 장학금으로 도쿄대 법대를 졸업했다.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외교사를 공부한 뒤 도쿄대 교수가 됐지만, 41세에 도쿄대의 관료주의를 비판하면서 대학을 박차고 나와 자기 이름을 내걸고 연구소를 차렸다.

이후 정치인으로 변신한 그는 자민당 소속으로 참의원에 당선됐다. 2007년 1차 아베 내각에서 후생노동상에 발탁돼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C형 간염 바이러스가 든 혈액제제를 맞은 간염 환자 418명이 국가와 제약회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낸 일이 있었다. 공무원들과 제약회사는 "누가 문제의 약을 투여받았는지 추적할 수 없다"고 발뺌했지만, 불과 사흘 뒤 후생노동성 지하창고에서 환자 명단이 발견됐다. 마스조에는 즉시 조사팀을 꾸려 진상을 파악하고, 정부의 대응이 불충분했음을 솔직히 인정해 여론의 호평을 받았다. 2014년 아베 총리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100만표의 압도적 표차로 도쿄도지사에 당선됐다.

아사히신문은 마스조에 지사의 기자회견에 분노한 시민들이 '마스조에 요이치' 명의로 인터넷에서 중국 만두와 책 등을 주문해 도쿄도청으로 배달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가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 공금으로 미술품을 산 것을 비꼰 것이다. 도쿄도청은 배달돼온 물품을 모두 돌려보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기고자 : 김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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