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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농협중앙회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농협중앙회장을 선출하는 방식도 현재의 전국적인 대의원 투표가 아니라 이사회가 추천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전국 291명의 대의원이 투표로 뽑는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27명의 농협 이사들이 추천으로 뽑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핵심으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을 19일 입법예고 했다. 농협중앙회장이 전국 각 조합 대표들의 투표로 선출된다는 상징성을 바탕으로 농협을 장악했지만, 정부 방안이 시행되면 이사회 논의로만 뽑힌다는 점에서 위상 저하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농협중앙회장이 농협의 각종 경제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만들 예정이다. 농협은 농축산물 판매와 유통을 맡는 경제사업 부문을 내년 2월까지 산하 경제지주로 완전히 넘겨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경제사업이 이관된 이후 농협중앙회 이사회의 의결사항은 중앙회가 직접 수행하는 업무에 한정하도록 이번 농협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농·축경 대표와 전무이사 등 사업전담 대표들에게 위임·전결하도록 한 중앙회장 업무규정도 삭제했다. 이권이 따라다니는 각종 사업을 경제지주가 맡게 되고, 농협중앙회장은 아예 관여하지 못하도록 법률로 못 박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장의 권한을 축소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걸 부인하지 않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임 중앙회장 중 상당수가 황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부패 혐의로 철창신세가 되지 않았느냐"며 "개혁을 미룰 수 없다"고 했다. 정부는 농협중앙회장이 농협 사업 전반에 대해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형식상 비상임직이라는 이유로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경제사업에 실권을 행사할 수 없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농협중앙회는 앞으로 지역 농·축협 등의 육성과 지원 부문에서만 활동하게 되고 중앙회장의 역할도 이런 범위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또 농협 비리를 막기 위한 제도를 이번 농협법 개정안에 마련했다.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조감위원장을 외부 전문가로 선임하도록 했다. 일정 규모 이상인 조합은 전문성을 갖춘 상임감사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했다. 직원 비리를 막기 위해 내부통제 기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농협은 불만스러우면서도 정부와의 관계가 불편해질 것을 고려해 공식 입장 표명은 삼가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정부안을 정식으로 반박할지 여부는 결정 못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입법예고를 거쳐 8~9월쯤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농협이 물밑에서 국회를 상대로 통과 저지를 위해 노력하면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농협 입장을 고려해 입법예고 기간에 어느 정도 내용을 조율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기고자 : 곽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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