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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인은 중국인이 아니다." "대만은 대만, 중국은 중국이다."

19일 낮 대만 타이베이의 번화가인 시먼딩(西門町) 도시철도역 앞.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당선인의 취임식을 하루 앞두고 시민 단체 '대만독립건국깃발대' 회원 등 수십명이 대만 독립 관련 구호가 적힌 대형 깃발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타이베이 총통부 앞 카이다거란(凱達格蘭) 거리에선 차이잉원 당선인 지지자 수백명이 임시 텐트 안에 모여 밤늦게까지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지키자"는 구호를 외쳤다. 무역 회사 직원이라는 린밍쉬안(林明宣·47)은 "차이잉원은 중국에 세게 나가야 한다"며 "취임식 때 차이잉원이 중국에 대해 무슨 말을 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 출신 차이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대만 내에서는 반중(反中)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차이 당선인도 20일 취임식에서 '중국과 거리 두기'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민당 소속인 전임 마잉주(馬英九) 총통 재임 8년간 계속된 친중 노선과 확실히 선을 긋겠다는 것이다.

차이 당선인은 이번 취임식에 대표적인 반중 인사인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2000~2008년)을 초청했다. 천 전 총통은 재임 당시 대만 독립 문제를 계속 제기해 중국과 정면으로 대립했던 인물로, 마잉주 전 총통의 취임·연임식 때는 초청을 받지 못했다. 2010년 뇌물 수수 등 혐의로 2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지난해 1월 병보석 허가를 받아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천 전 총통은 18일 "초청은 고맙지만 나로 인해 분란이 생겨 신임 총통에 대한 관심이 분산되길 바라지 않는다"며 초청을 완곡하게 거절했다. 대신 '새로운 정부를 온전히 축복하고 지지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대만 국민들이 단결해 차이잉원 정부를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중국은 차이 당선인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차이잉원이 중국에 대항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려고 천수이볜까지 끌어들여 수작을 부렸다"고 했다. 전임 마잉주 총통도 개인 사정을 이유로 취임식 불참을 통보했다.

차이 당선인은 취임사에선 '92공식'(九二共識·1992년 각자 국호를 쓰지만 '하나의 중국'은 인정하기로 한 합의)을 인정하는 발언도 빼겠다고 했다. 국민당 출신 대만 총통은 취임식 때 이 '92공식'을 반드시 언급해왔다. 대만 친중 매체인 중국시보는 사설에서 "92 공식을 수용하지 않는 것은 국토를 분열시키고 중국인의 정체성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취임식에도 중국을 자극하는 요소가 적잖다. 대만의 민주화 운동 과정을 영상과 노래로 보여주는 '대만 민주 행진곡' 등은 중국과 다른 대만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기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취임식 말미에는 참석자들이 대만의 독립을 상징하는 곡인 '메이리다오(美麗島)'를 합창한다. 이 노래는 1970∼1980년대 대만 권위주의 시대의 금지가요였고 마잉주 정권 때도 공식적으로 부를 수 없었다.

중국은 대만 경제 제재 강도를 높이며 '차이잉원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대만 연합보는 이날 "대만 농축수산업계가 차이잉원 취임식을 앞두고 직격탄을 맞았다"고 했다. 대만은 매년 자라 알 1억5000만개를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지난 3월부터 중국이 자라 알 수입 가격을 한 알당 7위안(약 1300원)에서 2.8위안(약 500원)으로 내렸다는 것이다. 또 납품 즉시 결제해주던 대금도 2~3주씩 늦게 지급하고 있다.

대만 가오슝(高雄)은 대중 우럭 수출량이 올해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만산(産) 농축산품에 대한 중국 세관의 검역 절차도 까다롭게 바뀌어 파인애플 등의 수출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중국과 대만의 지난 1~2월 무역 총액은 작년에 비해 13% 이상 줄었다. 중국인의 대만 관광도 올 하반기부턴 중국 정부 제재로 약 30% 감소할 것이라고 대만 자유시보 등이 전했다. 린샤오핑 대만과채(果菜)연합사 총경리는 "취임식 이후엔 중국의 제재가 훨씬 심해질 것"이라면서 "차이잉원 정부가 양안 관계를 망가뜨려선 안 된다"고 했다.

[표] 차이잉원 대만 총통 당선인과 마잉주 전 총통 정책 비교 기고자 : 이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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