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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이 내리막 경사를 타고 구르다가 스~윽 사라지더라고요." 올해로 프로 골퍼 23년 차인 최경주는 난생처음으로 한 라운드에 이글 두 개를 잡아내고는 주말 골퍼처럼 즐거워했다. 이런 맛에 골프를 친다는 표정이었다.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8승을 포함해 국내외 투어에서 모두 28승을 거둔 선수이지만 "이글을 두 개나 잡으니 기분이 너~무 좋다"며 "동반 라운드를 한 후배 박상현과 최진호가 주말 골퍼처럼 이글패를 만들어준다면 감사히 받겠다"는 농담을 했다.

20일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 2라운드가 열린 인천 스카이 72골프장 오션코스(파72·7209야드). 최경주는 이날 오전 6시 50분에 10번홀(파4)에서 출발했다. 그는 1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5개로 2오버파를 쳐 공동 43위로 부진했다. "오늘은 두 타를 줄여서 이븐파 스코어를 만들어 놓자"는 다짐과 함께 2라운드에 나섰다. 첫 홀부터 기분 좋게 버디를 잡은 최경주는 곧바로 11번홀(파4·388야드)에서 샷이글을 터뜨렸다. 홀까지 142야드를 남기고 9번 아이언을 잡았다. 공이 원하는 지점에 떨어져 버디는 잡겠거니 했는데 내리막을 타고 구르던 공이 '스~윽' 사라졌다. 옆에 있던 박상현이 "최 프로님 200만원, 200만원"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첫 샷이글을 기록한 선수에게 상품권 200만원 부상을 준다는 이야기였다.

5번홀(파5·530야드)에서는 어프로치샷 이글을 잡았다. 홀까지 250야드를 남기고 뒷바람이 부는 가운데 5번 우드로 친 샷이 그린 너머 프린지 주변 러프에 떨어졌다. 홀까지 7m 거리에 그린은 내리막 경사였다. 약간 강하게 맞은 공은 내리막을 타고 구르다 핀에 맞고 그대로 홀로 들어갔다. 최경주는 이제까지 홀인원은 공식 대회 3차례, 연습 라운드 2차례 등 5차례 경험했지만 한 라운드 이글 2개는 처음이었다고 했다.

최경주는 이날 이글 2개, 버디 3개, 보기 3개로 4타를 줄이며 중간 합계 2언더파 142타로 공동 6위로 뛰어올랐다. 이 대회에서 3차례 우승 경험이 있는 최경주는 "3·4라운드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국군체육부대 소속인 허인회는 캐디 없이 혼자 캐디백을 메고 플레이하면서 홀인원을 잡아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골프 다이제스트 조사에 따르면 프로 골퍼의 홀인원 확률은 3000분의 1이다. 그는 1라운드를 함께했던 캐디가 이날 몇 홀 늦게 도착할 것이라고 하자 자신이 직접 캐디백을 메고 플레이하기로 했다. 골프 규칙에 따르면 라운드 중 어느 시점에서나 캐디가 합류할 수 있지만, 마음이 불편해 '혼자 플레이'를 결정했다고 한다.

클럽 14개를 모두 넣으면 무거울 것 같아 클럽 8개(드라이버, 3번 우드, 하이브리드, 아이언 5·7·9번, 58도 웨지, 퍼터)만으로 라운드 했다. 홀인원은 파3인 8번홀(191야드)에서 5번 아이언으로 기록했다. 6번 아이언 거리였지만 클럽이 없어서 5번 아이언으로 컨트롤 샷을 했는데 그린에 떨어진 공이 경사를 타고 구르더니 홀로 빨려들었다. 자신의 공식 대회 두 번째 홀인원이었다.

허인회는 이날 이글 1개(홀인원)와 버디 5개, 더블 보기 1개로 5타를 줄였다. 30도 가까운 폭염에 '나 홀로 플레이'를 한 허인회는 "마지막엔 힘이 없어 퍼트할 때 손이 떨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허인회도 최경주와 나란히 공동 6위(2언더파)를 기록했다. 박상현이 8언더파 136타로 단독 선두를 달렸다. 기고자 : 민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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