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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공헌이 이렇게 어려워서야 선진국이 될 수 있겠습니까."

미국 골프계를 호령한 '코리안 탱크'도 우리나라의 공익법인 규제 앞에선 두 손을 들었다. 20일 오후 인천 중구 '스카이72' 골프클럽에서 조선일보·TV조선 취재진과 만난 프로 골퍼 최경주(46·사진)는 "한·미(韓美) 양국에서 골프로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데, 한국은 공익법인 활동을 막는 규제가 너무 많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08년 3월 '최경주 재단'을 설립해 골프 꿈나무를 양성하고, 지역 아동들을 위해 도서관을 세워주는 공익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8년간 사재(私財)와 각종 후원금을 합쳐 약 100억원을 사회에 환원했다고 한다.

지난 2000년 PGA(미국프로골프)에 진출한 최경주는 2002년 한국 골퍼 중 최초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이후 지금까지 통산 8승을 기록했다. 그는 미국 진출 초기부터 타이거 우즈나 잭 니클라우스 같은 유명 선수들이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어 사회 환원을 하는 것을 부러워했다고 했다. PGA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2007년 10월, 최경주는 오랜 꿈이던 재단 설립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에서 재단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맨 처음에 설립 허가를 위해 교육부를 찾아갔다가 "봉사활동을 하는 사회복지법인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며 퇴짜맞았다.

보건복지부는 그에게 "최근 2년간의 사회 공헌 실적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최경주는 "공익사업을 막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과거 공헌 실적을 가져오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6개월간 필요한 서류를 갖추고 담당 공무원을 설득한 끝에 재단을 만들 수 있었다. 2012년 자신의 자서전에서 나오는 인세(印稅)를 봉사회에 기부하려던 계획도 3개월이나 걸렸다. "인세를 기부받을 수 있도록 정관을 바꿔야 한다"는 주무 관청의 통보 때문이었다.

반면 미국에서 재단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는 2010년 미국에도 최경주 재단 미국법인을 설립했다. 미리 정해진 공익사업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우리나라의 규제 때문에 폭넓은 활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11년 일본 대지진과 미국 남동부 토네이도 사태 때 최경주는 미국 재단을 통해 각각 10만달러, 20만달러를 기부했다. 그는 "미국에선 이사 4명만 모아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는 것만으로 재단을 세울 수 있었다"며 "기부를 가로막는 한국의 규제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먼저 재단의 '자유'를 존중해 주고 이후 감시를 철저히 하는 반면, 한국은 그저 규제만 하려 한다는 것이다.

최경주의 골프 좌우명은 '정직과 성실'이다. 정직과 성실로 골프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공익법인 활동을 하는 데는 이 좌우명이 통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에선 기부가 골프보다 어려웠다"고 말했다.
기고자 : 윤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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